달러 꾸는 미국… '뉴 브레튼우즈' 꿈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9.03.24 12:11

[2009 금융강국 KOREA]<1부>글로벌 금융 대격변기①

미·유럽 대형은행 잇단 국유화로 '불끄기'
유로· 엔· 위안화, 기축통화 달러에 도전장
G20, 신흥국 영향력 확대… 한국도 기회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 쓰나미'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움츠러든 실물경제가 다시 금융회사를 옥죄면서 세계경제가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2차대전 후 미국경제를 떠받치고 세계금융의 중심지였던 월스트리트는 몰락의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시장 만능주의'로 치우쳤던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의 실패나 다름없다. 한국도 1990년대 채권·주식시장을 개방한 뒤 이 모델을 따라 겸영화와 대형화를 축으로 한 금융개혁을 적극 추진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를 주도하던 투자은행(IB)의 몰락은 이 전략이 올바른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세계 금융시장은 대변혁과 대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한국도 세계 금융시장의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 이제까지 변방에서 벗어나 금융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 강자의 몰락=주요국은 대형 금융회사들이 흔들리자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은행 국유화다.

미국은 지난해 양대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이어 올해는 씨티은행의 부분 국유화를 단행했다. 대형 상업은행의 국유화는 자본확충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는 4월말 이후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럽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 국유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탠다드차타드 등 4개 주요 은행을 부분 국유화했다. 독일도 올 1월 코메르츠은행 주식 25%에 1주를 더한 지분을 인수하는 등 2차대전 이후 최초로 민간은행 국유화를 위한 법안을 승인했다.

지난해말 프랑스 사르코지 정부는 3600억유로 규모의 대대적인 구제금융안을 발표하고, 금융기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 2월에는 50억유로를 투입해 방크포퓔레르-케스데파르뉴은행 지분(우선주) 20%를 인수했다. 세계 금융허브를 꿈꾸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아이슬란드 역시 최대 은행인 카우프싱을 비롯해 란즈방키·글리트니르 등 상위 3대 은행을 국유화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금융기관의 실정과 경제상황으로 볼 때 조속한 금융시장 및 금융시장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유화가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마지막 카드가 실패하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가 증폭되면서 경제시스템 전체가 붕괴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질서 재편되나=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정책금리가 연 0~0.25% 수준으로 내려가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자 3000억달러의 장기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사실상 제로금리에다 경기부양을 위해 이처럼 달러를 마구 찍어내자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지난 수십년간 세계 금융계를 지배해온 미국·영국의 앵글로색슨 금융감독 및 규제모델이 실패로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금 미국에 돈을 꿔주는 나라들은 미국의 전략적 라이벌들(중국, 러시아 등)"이라며 미국의 위상은 앞으로 급속히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도 미국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고, 이 여파로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위상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 몰락 후 유로·엔화·위안화가 기축통화 패권을 놓고 싸울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국제금융 및 경제질서를 뒷받침해온 브레튼우즈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방증의 하나다. 이와 맞물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개혁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미 선진 7개국(G7) 정상은 G7만으론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보고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협력의 틀을 넓혔다.

지난 13일 개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IMF·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에 중국 등 신흥국의 강화된 위상을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선진국 입장에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신흥국의 자본참여가 불가피한 만큼 한국도 이런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어 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며 "우리는 경제체력이나 금융기관들이 선진국보다 건전한 만큼 세계경제의 위기 이후를 바라보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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