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승장을 즐기지만…"

백운 한가람투자자문 상무  | 2009.03.19 08:52

[마켓인사이트]인디안섬머는 겨울양식 준비시기

3월 위기설과 외국인의 주가지수선물 매도로 1000포인트 붕괴를 위협받던 종합주가지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17일에는 작년 6월 이후 한번도 돌파하지 못했던 120일 이동평균선도 돌파했다. 120일 이동평균선은 경기선이라고도 불릴만큼 중요한 지표이다. 원/달러 환율도 3월 초 1600원을 돌파하려던 기세에서 급락하여 1300원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진행되고 있는 베어마켓 랠리 과정에서 4번이나 돌파에 실패했던 종합주가지수 1230포인트를 이번에는 돌파할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좋다. 근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추려보자.
먼저 시티그룹, BoA 등 국유화가 논의되던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1~2월 흑자를 기록했다고 하고, 생존 여부가 문제시되던 GM이 정부의 자금 지원이 당분간 필요없다고 하면서 미국 증시가 반등했다.

둘째, 미국의 소비와 주택 지표 중 일부가 예상보다 호전되었다. 셋째, 한국과 미국의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하락 추세를 멈추었다. 넷째, 빠르게 하향 조정되던 상장기업들의 실적 예상치가 하향 조정을 멈추었다. 다섯째,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특히, 구리를 비롯한 일부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금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되고 있다. 여섯째, 외국인들의 매도가 중지되었다.

상기한 여러 요인들에는 공통적인 배경이 있다. 바로 유동성이다. 작년 10월 이후의 베어마켓 랠리가 폭락에 따른 반등 성격이 강하며 주로 정책 효과를 기대한 상승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상승에는 유동성이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베어마켓 랠리가 유동성 랠리로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외환위기 이후 'V'자 반등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증시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기본적인 실적의 뒷받침이 없는 유동성에 의한 상승은 기간과 정도의 문제일 뿐 늘 버블에 의한 피해를 초래한다. 작년 이후 주식시장 하락의 원인을 다시한번 점검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작년 이후 주식시장의 하락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등으로 자산과 소비에 형성된 버블이 붕괴되면서 발생했다.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금융사들의 위기는 본질이라기 보다는 파생된 것이다. 각국 정부가 구조조정보다는 무제한적으로 유동성을 퍼 붇는 정책을 택하고 있는 것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도 연쇄적으로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수술은 해야겠는데 수술하면 환자가 죽게되므로 일단 연명을 시키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장기간에 걸쳐 자산과 소비의 버블은 또한 글로벌 공급 능력을 크게 키웠다. 소비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 하에서 유일한 해법은 소비를 다시 늘리거나 적정 규모 이하로 공급 능력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자산 가격이 회복되면서 소비로 연결되거나 고용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자산가격은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을 동원해서 하락을 막아내는 데 급급한 상태이고 고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가시적인 미래에 자산 가격이나 고용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면 주식시장은 상승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러한 상태가 아니다.

공급 능력의 축소는 요원하다. 최근 일부 산업에서 감산을 통한 재고조정이 이루어지면서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이다. 버블의 환상이 깨진 상태에서 조기에 경제 주체들이 재차 버블 형성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 능력 축소를 위한 구조조정은 경제가 재차 상승국면에 들어서기 위한 조건의 하나이지만 현재 구조조정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더해서 최근 몇가지 악재가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을 쏟아붇는 과정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저신용등급 채권과의 스프레드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빠르게 외부자금 조달을 늘리고 있다 (물론 이것이 투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가장 우려할 만한 것으로 자칫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정책들이 모두 무력화될 수도 있는 문제로 퍼부어진 유동성의 어두운 이면에 해당한다.

풀린 날씨만큼이나 3월의 증시는 분위기가 좋다. 호전된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상승장을 즐길 때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의 따뜻한 날씨는 봄이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디안 섬머는 겨울 준비를 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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