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날 없는 세종로2지구 재개발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9.03.18 14:38
↑세종로구역 2지구 업무용빌딩 조감도

"도심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어려움을 배우려면 세종로 2지구를 봐라."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 뒤편 옛 금강제화 빌딩 일대를 높이 100m 짜리(지상23층) 업무용 빌딩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추가비용 부담을 놓고 시행사인 디비스코리아와 빌딩을 분양받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사업이 부동산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빌딩 재개발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에 들어가야 했다. 초기엔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시행사는 2005년 당주동 29번지 일대 4750㎡ 부지 80% 가량을 매입한 데 이어 시공사(경남기업)를 선정하고 관련 인·허가 절차를 마쳤다. 빌딩을 미리 사겠다는 곳(미래에셋맵스)도 나타나 선(先) 분양 형태로 약 2900억원에 팔아 사업 리스크를 줄였다.

그러나 토지소유주 반대와 세입자 보상 등의 문제에 부딪치면서 차질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이달 현재 철거가 60% 가량 진행됐으며 전체 10% 정도 땅 매입도 덜 끝났다. 내년 착공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사업이 수년째 지체되면서 토지 매입비용과 이자비용이 크게 불어났다. 최소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시행사 측은 추정했다.

시행사는 사업 지연의 주 원인이 미래에셋맵스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에셋맵스가 당초 일반 오피스빌딩으로 계획된 건물을 사옥 용도로 바꿨다가 또 다시 오피스빌딩으로 바꾸는 등 설계를 여러 번 변경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는 것이다.

미래에셋맵스는 현재 이 빌딩의 계약금만 낸 상태며 이와 별도로 1000억원의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사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미래에셋맵스가 최초 매각가에 사업지연 비용을 더 물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맵스 관계자는 "시행사 주장은 핑계며 계약서 내용대로 충실히 진행했을 뿐 책임질 일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세종로 2지구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로부터 도시환경정비사업 저리 융자 지원을 받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달 융자 대상기업 10곳 중 1곳으로 선정, 연 4.3%의 조건으로 100억원을 빌릴 계획이었으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기업인 시공사의 보증 자격이 미달돼 여신 심사 과정에서 탈락됐다.

이 때문에 시행사는 "워크아웃이 시공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판단, 건설사 변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사업 차질은 이뿐 아니다. 이 지역은 조선시대 육조거리에 가까워 문화재 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이 보류되는 등 진행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기가 좋았다면 시행사와 빌딩 매수자간 갈등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세종로 2지구와 같은 개발사업 분쟁이 다른 지역에서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로구역 2지구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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