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 빌딩숲' 여기가 부산 맞나

송복규 기자, 전예진 기자, 사진=송희진 기자 | 2009.03.18 09:37

편집자주 | 여름 바닷가하면 떠오르는 곳 해운대. 그곳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최대 리조트형 쇼핑단지가 해운대에 문을 열었고 대규모 전시컨벤션·영상시설, 특급호텔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부산의 최고급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곳. 유통·영상·레저산업의 중심지. 해운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해운대 벽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해운대를 가봤다.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백확점 야경ⓒ송희진 기자


"여보세요. 나야 예진이. 잘지냈어? 나 지금 취재차 부산에 내려왔는데 오빠네 집이 부산 어디라고 했지? 해운대 대우트럼프월드? 요즘 거기 집값 얼마나 해?"

"아이고 그 오빠 억쑤로 부자네요. 해운대 아파트값 엄청시리 비싸다 아입니까. 바다보이는 집은 한평에 몇천만원씩 한다꼬하던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꿈도 못꾸지요. 서울 사람들이 많이 샀다고들 하데요."

지난 13일 부산역에서 해운대 마린시티로 향하는 택시 안. 기자의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택시기사가 말을 거든다. 해운대는 부산 사람들이 동경하는 최고의 부촌. 그중에서도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는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기 주거지라는 것이다.

해운대 초입. 하늘로 우뚝 솟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의 타워크레인도 많다. 더 이상 한여름 끝없는 파라솔 행렬로 유명한 해안가가 아니다. 외국의 유명한 해안도시와 견줘 전혀 손색이 없다. '해운대 벽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다.

◇최고급 주거지 마린시티, 바다가 한눈에 쏙=해운대는 수영만에서 진입하는 길을 기준으로 왼쪽은 좌동, 가운데는 중동, 오른쪽은 우동으로 나뉜다. 해운대의 핵심인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는 우동에 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 아랫쪽이 마린시티, 윗쪽이 센텀시티다. 마린시티에서 센텀시티까지는 차로 3∼5분 남짓 거리다.

수영만 매립지에 조성된 마린시티 해안가에는 30∼40층 높이의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이 들어서 있다. 최근 홍콩 못지 않은 야경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다. 현재 10개 단지 3800여가구가 조성돼 있다. 포스코 아델리스(47층) 두산위브 포세이돈(45층) 대우 트럼프월드마린(42층) 우신골든스위트(37층) 현대카멜리아(32층) 등이 주요 단지다.

2∼3년후에는 스카이라인이 확 달라진다. 지난해초 분양한 70∼80층 높이 해운대 아이파크와 두산 위브더제니스가 준공되기 때문이다. 아이파크는 주상복합 3개동(46∼72층)과 호텔,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구성된 복합레저단지로 건립된다. 위브더제니스(70∼80층 3개동)는 최고층 건물 높이가 295.6m에 달한다. 이는 해안에 인접한 주거빌딩으로는 호주 골드코스트 Q1타워, 멜버른 유리케타워 등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마린시티 주거단지에는 외지 집주인들이 많다. 밤에 불이 꺼진 집들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재력가들이 주말이나 휴가때 머무는 세컨드하우스, 기업들이 보유한 게스트하우스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주상복합 공사현장ⓒ송희진 기자



◇부산의 맨해튼 센텀시티, 생활편의성 으뜸=옛 수영비행장 부지에 조성된 센텀시티는 마린시티와 분위기가 다르다. 10여개 주거단지가 군집해 있는 마린시티와 달리 유통.전시.업무.컨벤션 등 산업시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시설은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신세계 센텀시티점. 건물 4개층(11∼14층)을 터서 만든 골프레인지, 최고급 시설을 갖춘 스파와 아이스링크, 영화관을 갖춘 이 쇼핑몰은 개점 보름만에 글로벌 쇼핑명소가 됐다. 롯데백화점과 홈플러스 등 기존 대형유통시설도 신세계 바로 옆이어서 이 일대는 각지에서 몰려든 쇼핑객들로 늘 붐빈다.

부산의 자랑인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도 센텀시티 내에 있다. 벡스코는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조추첨에 이어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곳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과 부산디자인센터, 시청자미디어센터 등 정보통신산업시설도 센텀시티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부산영상센터가 2011년 건립되면 영상산업 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물론 고급 주거 시설도 있다. 지난 2005년 입주를 시작한 포스코 센터파크를 비롯해 대우트럼프월드센텀Ⅰ.Ⅱ, 센텀스타 등 주상복합과 주거용 오피스텔 5000여가구 규모다.

◇불황에도 꺾이지 않는 집값…투자자 꾸준=전국의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해운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는 예외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때처럼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호가는 빠지지 않았다.

마린시티에서도 조망이 가장 좋다는 아델리스의 경우 3.3㎡당 최고 3000만원(동백섬과 광안대교 동시조망 가능한 라인)을 호가한다. 대우트럼프월드마린은 3.3㎡당 2200만원선이다.

해운대 우동 킹덤공인 신동령 사장은 "해안가 전면 아파트나 상가점포는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며 "해운대 해안가에는 더 이상 개발할 부지가 없는 만큼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는 희소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센텀시티에선 신세계백화점 맞은 편 대우 트럼프월드센텀이 인기다. 이 단지는 지난해보다 3.3㎡당 200만∼300만원 정도 올라 1600만∼190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해운대 미분양아파트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최근엔 미국.일본 교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 아이파크 이정훈 소장은 "전국의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래도 해운대를 찾는 손님들은 꾸준하다"며 "바다가 보이지 않는 후면의 일부 물량만 남았지만 마린시티내 최고 단지라는 상징성을 믿고 계약하겠다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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