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베브, '오비맥주' 1조차익 불구 양도세는 '0원'

원종태 송선옥 기자 | 2009.03.18 09:45

한·벨기에 조세협약 따라 주식 양도차익은 벨기에서 과세

벨기에 맥주회사인 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을 추진하며 1조원에 달하는 매각차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되지만 양도소득세는 단 한푼도 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과 벨기에가 맺은 조세협약 때문이다.

1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인베브는 오비맥주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각자금은 약 2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베브는 지난 1998년에 오비맥주 지분 100%를 1조2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지난 2004년 대규모 유상감자를 통해 1500억원을 회수했고 2005~2007년에는 배당금으로 약 1970억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인베브는 오비맥주 투자 10여년 만에 매각차익 등으로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베브는 1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두지만 본사가 있는 벨기에와 한국이 지난 1994년에 맺은 조세협약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조세협약에 따르면 부동산 양도에서 얻는 이익은 재산이 소재한 체약국에서 과세가 가능하지만 주식 등 동산의 양도에서 얻는 이익은 양도인이 거주자로 되어 있는 체약국에서만 과세된다. 인베브는 벨기에에 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벨기에에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된다.

 인베브 사례처럼 외국기업이 국내에 투자해 얻은 이익에 과세할 때 쟁점이 되는 사안은 실질적인 사업을 하는 곳, 즉 고정사업장의 근거지다. 이와 관련,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와 진로 채권을 매입한 골드만삭스가 참조할 수 있는 사례가 된다.

지난 2007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3.6%를 극동건설 등에 매각했을 때도 과세 문제가 논란이 됐다. 외환은행은 최대주주가 벨기에에 있는 LSF-KEB홀딩스로 되어 있어 한·벨기에 조세협약에 따라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LSF-KEB홀딩스가 벨기에에 주소지만 둔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일뿐 실질적으로 사업을 관할한 것은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론스타코리아라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 1192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골드만삭스가 진로 채권을 매각하며 1조2000억원의 투자차익을 챙겼다.


진로 채권 매각을 추진한 골드만삭스의 세나 인베스트먼트가 한국과 조세협약을 맺은 아일랜드에 있어 원칙적으로 과세는 불가능했다.

이 때도 국세청은 론스타 사례와 같이 세나 인베스트먼트 역시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논거를 들어 조세협약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지만 결론이 나진 않았다. 현재 한국은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권한을 고정사업장의 거주국에 주는 이 같은 조세협약을 70여개국과 맺고 있다.

반면 인베브는 론스타나 골드만삭스와 달리 벨기에에 맥주공장이 있어 고정사업장이 벨기에로 명확하다. 사모펀드로 고정사업장이 불분명해 과세가 쟁점이 됐던 골드만삭스나 론스타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인베브는 1조원 이상의 오비맥주 매각차익에도 불구하고 벨기에서만 과세할 수 있을 뿐 한국에서는 과세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베브가 한국에서 `공짜’로 사업한 것은 아니다.

인베브는 법인세 외에도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가져간 배당금 2000억원에 대해 매년 10~15%정도 원천세를 냈다.

 국세청 관계자는 “10년만에 1조원에 가까운 매각차익을 얻었음에도 양도소득세를 단 한푼도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한국 기업이 벨기에에서 사업을 했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폐업신고 후 신고 성실도를 봐 가며 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점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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