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에 비하면 메이도프는 성인" 美 분노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03.17 05:02

오바마 "보너스 막아라" 특명… '월가 구제' 반발 확산

'혈세 먹는 블랙홀'로 전락한 AIG가 다시 한번 미국 전역을 분노로 들끓게 하고 있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보너스 저지 특명'을 내렸지만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메릴린치 직원들의 거액 보너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최대 공적자금을 받고 미 기업 사상 최대의 손실을 낸 AIG가 또다시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미 정부의 금융시장 구제 계획 자체가 흔들릴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 AIG, '잔류보너스' '실적보너스'..총 12억불 지급 계획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계약조건상 15일까지 계열사인 AIG파이낸셜프로덕트(AIGFP)의 고위 경영진 퇴직 급여 1억6500만달러를 지급할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5500만달러의 퇴직 급여가 370여명의 임직원들에게 지급됐다고 덧붙였다.

AIGFP는 1997년 AIG의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 설립됐으며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 관련 상품 판매로 회사를 파산 위기로 몰아 넣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리디 CEO는 "올해 보너스 삭감을 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보너스 삭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회사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G는 AIGFP와 별개로 지난해 실적보너스로 전체 직원 11만6000명 가운데 6400명에게 이달중 1억215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계획이다.

AIG는 또 '우수직원' 4200명이 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6억1900만달러의 '잔류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다.

AIG 직원들에게 지급될 보너스 규모는 총 12억달러에 달한다.

◇ "메이도프는 사과하고 감옥이라도 갔지..."

미 언론에는 AIG 보너스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를 저지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과 나태를 질타하는 의견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lawfox'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마켓워치 기사 댓글에서 "작년 한해동안만 405억달러를 날린 회사의 직원 370명이 보너스로 1억7000만달러를 받는다니...이들의 타락한 행위로 사람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은퇴후의 삶은 망가졌다. (AIG에 비하면)메이도프는 성인(saint)처럼 보인다"고 개탄했다.

사상 최대 폰지사기범으로 불리는 버나드 메이도프는 500억달러가 넘는 투자자들의 돈을 날렸지만, 적어도 보너스를 더 챙기지는 않았다. 수감되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남겼고, 남은 몇푼이라도 피해자들에게 돌아갈수 있고 보면 메이도프가 도덕적으로 낫다는 말이다.

AIG를 비롯한 월가 기업들은 거액의 보너스를 주지 않으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raremountain bear'는 "우수한 직원이라고(Good employee?) 허...이 기생충들(deadbeats)을 쫓아내라. 나라면 이런 인간들을 한명도 회사에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 오바마, 가이트너에 특명...쿠오모는 '최후 통첩'

급기야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오바마대통령은 이날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보너스 지급을 막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AIG는 탐욕과 무절제로 인해 위기에 빠진 회사"라며 "회사를 연명시켜주고 있는 납세자들에게 이런 무도한 짓(outrage)을 어떻게 정당화시킬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오바마대통령은 "(AIG의 보너스는) 돈 한두푼이 아니라 미국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월가의 거액 보너스 문제를 조사해오고 있는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날 AIG에 보너스 지급대상 임직원 명단과 보너스 지급의 근거가 되는 '실적'을 이날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AIG의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 조사를 벌여온 쿠오모 총장은 이날 오후 4시(뉴욕시간)까지로 시한을 못박았다.

미 정부는 AIG에 지금까지 173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다.

◇ "대중 분노 과소 평가 말아야"...의회 지지 약화 우려

범정부 차원의 이같은 대응이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도 지난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AIG의 보너스를 비난하면서도 정부자금 투입 이전에 맺어진 고용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끊이지 않는 월가의 무분별한 보너스 '스캔들'은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를 감시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권자를 의식한 의원들로부터 금융구제를 위해 필요한 지지를 얻기가 점점 힘들어질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융구제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퓨 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국민의 87%가 금융구제에 대해 우려(bothered)하고 있으며 48%는 분노한다(angry)고 답했다.

'lewis75522'는 야후 게시판에 "AIG에 더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정부 지원 없이는 망할수 밖에 없다면, 망하게 둬라"고 말했다.

'happycamper0430'은 "정부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국민이 경영진이다. 우리는 AIG를 '통제된 파산(법정관리)'에 집어넣어서 (보너스를 포함한)모든 계약과 의무를 유보시켜야 한다. 경영진을 해고하고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만 재고용하라. 지금보다 절반만 줘도 일할 사람들이 널려 있다"고 제안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지낸 진보적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버클리대 교수는 "경제위기상황에서는 분노한 대중심리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극도의 경기침체하에서는 합리적이고 전술적인 공론화 과정을 유지할수 있느냐가 오바마 정부의 절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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