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영리병원' 용어부터 바꾸자

박인출 메디파트너 대표(예치과네트워크 대표원장) | 2009.03.17 09:42
‘영리법인병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의 본질을 망각하고 영리병원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 서민들의 의료 접근을 제한하겠다는 심사로 비추어지니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병의원의 93.1%가 영리성이다. 즉 영리병원은 새로울 것이 없는 형태다. 투자와 수익 배분이 존재하며 대한민국 자영업자로서 최대 40%의 세금을 납세하고 있으니 무늬만 영리병원이 아니다. 주식회사형 병원도 있다. 공동개원은 의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서로 지분에 따라 이익을 나눈다.

비영리 병원은 어떠한가? 수익 배분의 문제이지 비영리 병원 역시 영리 추구 활동을 한다. 그럼에도 영리병원 도입 반대라든지 의료영리화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본질을 직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영리병원’의 실체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의사 개인의 자본 또는 차입으로 의료사업을 하던 방식에서 하나의 방법이 추가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의 의료법은 의사 면허에 진료 독점권뿐만 아니라 사업독점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지금 거론되는 ‘영리병원’이란 의료업에 있어서의 진입제한을 풀어 의사 아닌 사람과 법인에게 의료 사업을 개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영리병원’이 아니라 ‘출자개방병원’ 또는 ‘투자개방병원’이 옳은 용어다. 이는 의사들의 의료 사업 독과점이 없어진다는 측면에서 의료서비스산업의 진입규제를 없애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논란의 반대 입장을 살펴보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다. 의료업의 자본참여 다양화가 주주의 압력에 의해 의료남용의 결과를 초래, 의료비가 상승하고 의료 소비자에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주장인데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의 경우 외부인으로 구성된 진료감사위원회를 통해 의료 오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반대논리는 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다. 지난해 우리나라 병의원 폐업률은 12%에 달했다. 은행 차입금에 허덕이다 결국 문을 닫은 것이다. 외부 자본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을 하게 된다면 병원의 급격한 도산을 막을 수 있다. 또 규모의 경제 효과로 병원이 대형화, 체인화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낮은 가격을 형성시킬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자본참여를 개방한다면 의료 보장성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용어가 개념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냄에 있어 어떤 용어를 쓰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공화당의 ‘Tax Cut(세금 감면)’ 정책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Tax Relief(세금 구제)’로 용어를 바꾼 후 법안통과에 성공했다. 또 ‘유산세’ 법안을 ‘사망세’로 바꾼 후 세금감면에 대한 지지를 얻은 사례도 있다.

우리는 지금 ‘영리병원’이라는 잘못된 용어 때문에 수없이 충돌하였다. 그것은 오해를 넘어 이념의 대립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막대한 국가적 손실을 보고 있다.

‘영리법인병원’ 도입 논란은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관, 언론은 올바른 개념 전달을 위해 ‘출자개방병원’ 혹은 ‘투자개방병원’을 사용, 길고 지루했던 오해의 빗장부터 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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