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F 완화, '추경' 지원용 카드?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09.03.16 17:32

[채권마감]MMF로 국채발행 일부 흡수..실효성 의문

정부가 시중에 쌓인 단기 자금을 추가경정 예산의 직·간접적인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머니마켓펀드(MMF)의 자산운용 규제 합리화'를 보면 이같은 의도가 읽힌다. MMF의 '증권(채권·기업어음)' 투자 비중을 40% 이상으로 유지할 것과 펀드자산의 5% 이내에서 가중평균 잔존만기(듀레이션) 1년~5년 이내인 국고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는 "MMF 자산운용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중장기 국채증권의 발행과 유통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MMF의 증권 최소 투자비율을 40%이상으로 정한 것에 맞춰 유동성이 높은 국채 편입을 돕고 향후 국채발행 증가 시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민간투자위축효과)'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MMF 규제 합리화 방안 왜 꺼냈나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을 국고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을 둘러싼 규모와 방법 시기 등이 불확실한 가운데 폭발적인 발행 물량을 우려한 수급부담에 눌려 채권시장에 '매머드'급 악재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가 언급한대로 '구축효과', 그러니까 적자재정을 통한 경제를 살리기가 되레 '국고채 금리 상승→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투자위축'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인 셈이다.

추경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쏟아질 국채 발행물량은 상당한 규모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추경 규모인 30조원과 민주당의 제시액인 20~25조원을 토대로 절충점인 25조원 수준에서 이뤄진다고 가정할 때, 세제잉여금을 고려한 23조원이 국채 발행으로 조달된다. 5월 이후부터 시작할 경우 매월 9조원의 발행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대규모 물량 공세로 채권시장에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채 발행 물량을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 직매입하거나 단순매입하는 방법도 함께 논의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한은은 여러 차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두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추경용 국채 발행이 이뤄지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후행적으로 매입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결국 측면지원용으로 127조원에 달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의 자금을 일부 활용해 보겠다는 게 정부와 금융당국의 계산으로 보인다. MMF가 투자할 수 있는 채권의 듀레이션이 1년에서 5년까지 가능해지면서 변동금리부(FRN) 국고채 등을 MMF에서 매수할 수 있기 때문.

아울러 금융위는 "MMF의 증권투자 비중을 선진국처럼 40~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돌려 말했지만, 전문가들은 "돈 줄을 풀면 MMF로 흘러들고 MMF는 투자대상의 '씨'가 마르자 은행예금에 집어넣고 다시 은행이 MMF에 투자하는 내부순환을 통한 단기자금의 '자가증식'을 끊어 보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MMF 카드, 먹힐까?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MMF에서 실제로 국고채 등에 투자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박정환 마이다스에셋 채권운용본부장은 "현재 MMF는 내부적으로 장기채권 편입을 금지한 상태"라며 "또 만기가 긴 국고채를 편입할 경우 듀레이션이 지금보다 늘어나 금리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동성도 커지는 상황인데 국고채 금리가 지금보다 오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려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물 채권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수익률을 높여 MMF 수신 확대를 꾀하자는 경우인데 현재 운용사들이 MMF의 외형 확대를 추구하려는 곳이 거의 없다"며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를 위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으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최근 15개 자사운용사는 법인 MMF 수탁액을 현재보다 15%(6~8조원) 줄이고 듀레이션도 70일 이내로 축소한다는 자율 결의까지 마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채권 관계자는 "FRN 발행을 염두에 두고 한 조치로 보이는데, FRN이 3개월마다 이자를 줄 경우 듀레이션도 3개월로 반영되므로 논리적으론 MMF에서 FRN을 편입하더라도 금리상승 위험이 없는 걸로 봐도 된다"며 "다만 MMF의 자금이 빠져 나갈 때 FRN 유통시장(유동성)이 형성되느냐가 중요한데, 현재로선 유동성 없어 보여 운용사들이 편입을 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MMF의 증권 투자비중을 40%로 높여야 될 운용사도 그리 많지 않다. 전체 MMF(연기금 투자풀 제외)의 증권 평균 투자비율은 56.7% 수준으로 이 기준에 못 미치는 펀드 수탁액은 14조원 수준 밖에 안 된다.

한 운용사 채권운용 본부장은 "현재 증권투자 비중이 대부분 50%를 넘고 있어 최소 편입기준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편입하더라도 국고채 금리를 저점으로 보기 때문에 안정성을 고려해 CP와 같은 단기 채권에 관심을 갖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부의 발표에도 이런 우려를 일부 반영, 이날 국고채 3년과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02%포인트, 0.06%포인트 상승한 3.74%, 4.50%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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