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프로젝트 취소우려에 건설사들'시름'

이군호 송복규 전예진 기자 | 2009.03.16 16:21

국내 건설사 60억달러 수주, 다른 중동국가 전이 우려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 취소 우려 소식에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취소 소식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지만 쿠웨이트 국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건설사들은 원자재 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향후 원유 값이 상승할 경우 재발주될 가능성이 유력함에 따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주 취소와 지연 사례가 전 중동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약 취소로 굳어지나?
알주르 제4정유공장 프로젝트는 총 규모가 140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GS건설 20억달러, SK건설 20억6000만달러, 대림산업 11억8000만달러, 현대건설 11억2000만달러 등 총 60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사업발주 후 쿠웨이트 의회가 '코스트 앤 피' 방식이 쿠웨이트에 불리하다며 재입찰을 요구했고, 세계 경제 침체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취소 및 재입찰 요구가 본격화됐다.

국토부도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쿠웨이트 정부 관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쿠웨이트 국회의 반대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종적인 것은 4월이 돼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비관적"이라며 "쿠웨이트는 경제사정이 안 좋고 원자재 값이 내려가고 있어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추후 낮은 금액으로 프로젝트를 재추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알주르 프로젝트의 계약 파기에 따른 파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계약 파기가 결정된 게 아니라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만약 재입찰을 하게 될 경우 참여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대체 중동에선 무슨일이?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취소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이미 작년부터 예견돼 왔다.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서 재정상황이 빡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국가들의 경우 오일달러를 건설 프로젝트 추진에 편성하고 일부는 국부펀드를 조성해 세계 각국에 투자했는데, 세계 경제 침체로 국부펀드의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투자여력이 소진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작년 걸프협력이사회(GCC) 국가 전체가 국부펀드로 총 1조2000억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잠정적으로 300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국부펀드의 경우 해당 투자지역에서 자국 내로 곧바로 회수해 갈 수 없어 자금부족을 겪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보니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건설 프로젝트의 자금 부족현상이 경기 회복시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력시장이었던 쿠웨이트가 프로젝트를 연기 및 취소 파장이 다른 국가로 전이될 것에 건설업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 또 다른 주력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발주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준식 GS건설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형건설사들이 국내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건설에 올인하고 있어 파장이 클 것"이라며 "원가절감 능력을 강화하고 수주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무한경쟁 돌입
대형건설사들은 중동국가들의 건설 프로젝트 발주가 급감함에 따라 대표적인 블루오션이던 중동시장도 이제 본격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접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오일달러 유입으로 안정적인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부다비 등 일부 국가에서만 발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지역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건설사들 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삼성엔지니어링', 카타르=현대건설ㆍGS건설'처럼 인정되던 '컨트리마켓(Country Market)이 있었지만 발주 물량 감소로 이 같은 컨트리마켓도 붕괴되고 있다. 컨트리마켓은 막대한 발주물량을 감안해 국내 건설사간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각 건설사들의 주력시장을 서로 인정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카타르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라며 "다른 건설사도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노리고 있어 세계경기 회복 때까지는 국내 건설사간 출혈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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