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도 대운하? 30조 메가톤 프로젝트 뜬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3.16 15:02

국내 건설·조선사들 수혜 기대

수에즈 운하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인 230억달러, 약 30조원 규모의 해외 운하 건설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말레이 반도 북단의 태국 크라(Kra) 지협(사진 빨간색 부분)을 관통하는 운하를 건설, 말라카 해협을 대신할 인도양-태평양 단축 항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 프로젝트가 발주될 경우 현대건설 등 해외토목 전문 건설사들 뿐 아니라 대형 갑문 건설 역량을 가진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방한한 카싯 피롬 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비즈니스 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와 만나 "크라 대운하 건설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태국의 크라 대운하는 1677년 처음 구상된 것으로, 1860년대 영국이 운하 건설을 위해 태국 왕실의 허가까지 얻어냈으나 자금 등의 문제로 착공하지 못했다.

이후 140여년 간 아무런 진척이 없던 크라 대운하 건설 사업은 지난 2004년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가 "5년내 태국을 아시아 에너지 무역허브로 만들겠다"며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수면 위로 다시 부상했다. 그러나 2006년 탁신 전 총리가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3년간 표류해왔다.

피롬 태국 외교부 장관이 이번에 크라 대운하 건설 사업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것은 탁신 정권 이후 현 정부에서도 운하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 등의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현재 태국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구축과 경기부양 차원에서 약 30개의 대규모 공공건설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총 연장 120km의 크라 대운하는 2004년 당시 총사업비가 2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869년 완공된 수에즈 운하 이후 세계 운하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다.


크라 대운하가 건설돼 말라카 해협 대신 이 운하를 이용할 경우 중동에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로 석유를 실어나르는 시간은 최대 4일까지 단축된다. 이 경우 한국 등 동북아지역의 유가는 배럴당 2달러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해로로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을 가르는 순다 해협, 인도네시아 발리섬과 롬복섬 사이의 롬복 해협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말라카 해협을 하루 평균 600대의 선박이 통과하고, 순다 및 롬복 해협을 총 800대가 드나든다. 현재 이들 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은 잦은 해적 출몰과 테러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

크라 대운하가 건설될 경우 하루 평균 200대 이상의 선박이 이 운하를 이용할 것으로 태국 측은 예상하고 있다.

크라 대운하 건설이 추진될 경우 국내 기업 가운데 최대 수혜주로는 해외토목에 강점을 가진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의 건설사 등이 거론된다. 대형 갑문을 필요로 하는 운하의 특성상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도 사업에 참여할 여지가 있다. 다만 토목에 강점을 가진 중국 건설사들이 이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경합이 불가피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크라 대운하의 총 사업비는 지형조건 상 터널형 운하와 개방형 운하의 비중이 각각 얼마나 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기 드문 초대형 사업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발주 동향 등 태국 쪽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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