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은 이사철, 외국계 속속 입성"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03.15 16:38

[명동풍향계]기존 업자 경영난·임대료 부담에 '탈명동'

-외국계 투자회사 등 빈자리 메워
-대기업도 명동에 대출 문의

명동이 때 아닌 '이사철'을 맞았다. 경영 악화와 임대료 상승으로 명동을 떠나는 대부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명동은 이사 중"=명동 대부업체 임원 A씨는 얼마 전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업자를 찾았다. 그러나 사무실은 비어 있었고, 새로 바닥을 갈고, 가구를 들이는 등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건물 관리인은 "직전에 입주해 있던 대부업체가 자금 사정이 악화돼 조용히 문을 닫았다"면서 "빈 사무실에는 외국계 투자회사가 들어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사 중인 사무실 앞에는 본부가 홍콩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최근 명동을 떠나는 업자들이 크게 늘었다. 경기 침체로 대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는 명동 업자들이 값싼 사무실로 속속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문을 닫은 업자들도 속출하면서 명동에 위치한 건물 내 빈 사무실은 평소보다 2배 늘었다는 전언이다.

원/엔 환율 상승으로 명동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임대료가 뛴 것도 명동 업자들에겐 부담이다. 명동 상권이 크게 발달하면서 임대료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사업에 실패한 명동업자가 지난 달에 이어 또 다시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명동은 상권 발달로 활기찬 분위기지만 업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명동 업자들이 떠난 자리는 투자전문회사들이 속속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명동에 사무소를 차린다는 전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명동이 정보와 거래의 중심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며 "국내 기관은 물론 상당수 외국계 투자회사도 명동에 사무실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믿을 곳이 없다"= 44개 대기업 그룹의 영업실적과 재무구조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를 앞두고 명동에 대기업들의 대출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의 대출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견실한 중견 대기업으로 알려진 A사가 1550억원, B사는 1000억원, C사가 3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상장사의 29%가 외부감사 후 실적을 정정하면서 기업 재무상황에 대한 명동의 신뢰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신용위험 평가를 코앞에 둔 시점에 다급히 대출문의를 하고 있다"며 "이제는 대기업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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