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한국에 '펀치' 날렸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3.13 15:48

(종합) 테스트 공개 비난 확산…은행권 "소송 불사"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내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자 정부와 금융권은 '상식밖의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신에 이어 신용평가사까지 '한국 때리기'에 가세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은행권 '이해 못해'=지금까지 정부와 금융권은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나 코멘트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만큼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린 평가의 공정성과 정확성에 대해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달랐다. 정부와 금융권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피치가 유독 한국의 은행들만을 골라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것 뿐 아니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그대로 공개한 행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3일 오전 한 조찬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피치가 한국의 은행들을 대상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진 위원장은 "경기가 내년 말까지 침체될 것으로 가정한다면 은행 건전성은 자연스럽게 나빠지기 마련"이라며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은행들 역시 마찬가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치의 평가가 공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같은 변수를 놓고 각국 은행들을 함께 평가한 후 이를 서로 비교해야 한다"며 "왜 이 시점에서 이런 결과를 공개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피치의 '실험대'에 오른 국내 은행권은 국제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이번 테스트의 전제가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대폭 바뀔 수 있어 그 결과를 신뢰하기 어려운데도 피치는 신빙성 있는 자료인 것처럼 공개했다"며 "이는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신 회장은 "현재 국내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은 6.2%로 선진국 주요은행 수준보다 훨씬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주요선진국은 제쳐두고 국내은해에 대한 결과를 서둘러 공개하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치의 일방적이고 부정확한 평가로 국가 및 국내은행의 신인도에 피해가 있을 경우 피치는 이에 책임을 반드시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소송 등 법률적 대응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피치 '정부가 문제 키워'=하지만 피치는 정부 및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에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한 장희규 애널리스트는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적용한 기준은 합리성을 담보하고 있다"며 "분석한 자료는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개한 자료는 원하는 투자자나 소비자만 참고하면 된다"며 "오히려 정부가 나설 경우 몰라도 되는 국민들까지 알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TCE가 40% 가량 줄어든다는 것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충분한 자본확충이 없을 경우 은행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피치 보고서, 내용이 뭐길래..=피치는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자산 손실과 유가증권 투자손실로 국내 은행들의 자본손실이 내년 말까지 4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은행의 단순자기자본비율(TCE)이 지난해 6월말 6.4%에서 4%로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