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독학 골프' 시대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 2009.03.13 12:02

[마음골프]인프라 변화에 걸맞게 골프 교습도 바뀌어야

골프는 어차피 혼자 해야 한다. 아마추어의 골프라는 것이 옆에 전담 매니저를 두고 전용 캐디를 데리고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

연습장에서 프로들이 레슨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스윙 폼을 관리하는 전담매니저가 '프로를 가르치고 있는 건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있는데 장기 지속적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가지 않을 거라면 결국 그 레슨은 프로에 대한 의존도만을 더욱 높이는 것일 뿐 실효성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슬라이스든 훅이든 문제를 당장 그 자리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방법으로 얼마만큼 연습을 해야 하는가를 서로 묻고 답해야 한다.

과거 30년간의 대한민국의 골프는 운전을 배우고 나면 바로 고속도로를 주행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서의 레슨이었다. 비용 면에서도 그렇고 골프장의 사정도 그러했다. 초보자를 위한 주행연습 도로나 한적한 시골길 같은 연습과 실전의 중간단계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골프를 배우는 과정이 실전의 골프와는 뚝 떨어져서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요즘의 골프 환경은 전혀 다르다. 우선은 스크린 골프라는 중간 지대가 광범하게 형성됐고 정규 골프장이 아닌 퍼블릭, 파3, 파6 등 다양한 형태의 골프장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런 변화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개념의 교습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실은 운동을 가르치고 배우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자동차가 수동 스틱기어에서 오토매틱기어로 바뀌면서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기술은 너무 단순해 졌다. 굳이 기술이라고 얘기할 것도 없을 정도다. 그렇지만 운전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도로 교통법도 알아야 하고 매너도 익혀야 하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대부분 경험의 양이 쌓이면 저절로 해결된다. 스스로 익히면서 한 고비 두 고비 넘다 보면 비로소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골프도 그렇다. '공을 앞으로 보내는 기술'은 쉽다. 그렇다고 골프가 쉬운 것은 아니다. 기술은 가능한 한 단순화 시켜서 빨리 배워야 한다. 동네를 슬슬 운전하고 다니면 되는데 전문 카 레이서가 될 기술을 배우고 가르칠 이유가 없다. 연습과 실전의 중간지대가 광범하게 형성되었기에 골프라는 게임 전체를 빨리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골프를 하고자 하는 광범한 욕구가 있고 시설도 그에 걸맞게 발전하고 있는데 레슨이 오히려 참여를 가로막고 시장에 역행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를 정확히 읽지 않으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일이 더 보편화되고 레슨 무용론이 더 확산되면서 오히려 전문적으로 레슨을 해서 밥벌이를 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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