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노동시장의 변화를 기대한다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 2009.03.12 09:16
현재의 바닥을 모르는 세계적 경기 침체는 '시장'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이라는 신뢰마저 흔들고 있다.

시장주의자인 로런스 서머스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경제가 스스로 안정화되는 것이 항상 맞지만 한 세기에 한두 번은 틀린다. 지금이 그 예외로 특단의 공적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여기에 현재 시장이 어려워도 반경쟁적 장애들을 제거하는 시장 개혁 정책은 계속되어야 하며 그 개혁을 통해 침체된 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정책 개혁: 성장으로 가는 길' 보고서는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와 정보의 비대칭성이 현 경제난의 원인임을 지적하면서도 과거 OECD가 주문했던 상품과 노동시장의 개혁이 생산성과 고용의 증가시켰으며 보다 유연한 생산 및 노동시장이 경기 침체에 대한 복원력도 강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현 경기 침체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 단기, 적기, 목표(TTT: Temporary, Timely, Targeted)의 수요 진작 재정 정책 외에, 장기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며 기반시설의 구축과 강제 훈련과정을 포함한 노동시장의 활성화에 정부 지출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얼마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데이비드 럭 회장은 "경기 침체기에 노동 유연성 제고는 필수"라고 말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는 적정한 가격(임금)으로 노동을 보다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임금과 노동 생산성간의 괴리를 축소해 효율성을 증가시켜온 미국의 경험에 근거한 말이다.

그는 노동 시장이 유연성 증대가, 해고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일반적 우려와 달리, 기업으로 하여금 경기 침체 때 인원 감축이 어렵지 않다는 신뢰 하에 보다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그는 낮은 노동의 유연성이 한국 내 외국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임을 토로했다. 이는 민노총으로 대변되는 노동의 경직성이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이나 투자(FDI)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다.

그밖에 여러 경제학자들이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현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을 단지 해고나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쉽게 하는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업대란 속에 2001년 17%이었던 임시직 노동자의 비율이 2007년에 이미 28%에 도달한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교섭에서 백지위임장을 회사에 제시하자 회사가 바로 3년간 고용을 보장한 경우나, 임금과 근로시간을 모두를 다소 삭감하는 방식으로 가급적 고용을 유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OECD 보고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정규직의 고용 보호에 대한 완화를 권고하면서도 비정규직법이 전체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 확대 적용과 훈련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른바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를 주문하고 있다.

플렉시큐리티는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정(security)의 합성어로 1)고용주를 위한 노동 시장의 유연성, 2)사회 안전망 구축, 3)실업자의 권리 의무에 근거한 노동 시장 활성화가 결합된, 이른바 '황금의 삼각형'을 이뤄야 한다. 사회 안정망과 실업자 권익보호는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도 된다.

현 경제위기의 극복 방안의 하나로 정부는 노동시장의 '황금의 삼각형'을 확고히 하는 정책 개발에 진력해야 하고 국회도 그 플렉시큐리티를 뒷받침하기 위한 추경의 통과나 입법을 적기에 마쳐야 한다. 일부 대기업들도 올해 신규채용을 다소 늘릴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민노총인데, 노사민정의 고통분담 합의에의 참여도 거부한 채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민노총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최근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은 "무조건 싸움만 해서는 안된다. 경제 위기는 노조와 정부, 기업이 함께 돌파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현재 내부 결속이 흔들리고 있는 민노총이 12일 내부 각 분파와 민노총과 연대관계에 있는 정당, 단체들이 모두 참석하는 '민노총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연다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 대토론회를 통해 민노총이 이전의 부패, 정치 노조라는 오명과 강성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경제난 극복에 함께 동참하는 건설적 방안을 도출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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