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의 은행 고통분담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03.11 16:28

"은행 직원 월급만 공개해도 금리 낮출 수 있다"

집권 여당 정책 사령탑이 은행을 향해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정부 여당 인사가 공기업이 아닌 민간 영역에까지 고통 분담을 직접 요구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풀이된다.

특히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 민감한 문제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한 조찬포럼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는데 은행 직원의 복지나 월급 내역만 공개해도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을 낮추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논리로 은행을 공격한 셈이다.

임 정책위의장은 또 "은행은 자금을 연결해주는 채널로 '갑'의 위치에 있으면서 채널을 쥐고 취하는 이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정보 공개를 통해 '(은행이) 너무 먹어가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면 불합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에 맞아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세계적 추세를 보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대세"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금융권이 담보 요구나 고금리 고수로 이득을 챙기는 한편 직원들의 복지와 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밥 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특히 은행이 정보 공개를 통해 임직원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을 낮춘다면 여유 재원이 대출 금리 인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고통분담론'을 제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실 최근 몇몇 금융공기업이 신입직원과 임원의 임금 삭감에 동참하면서 금융권에서도 임금 삭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신입직원과 임원의 임금 삭감만으로는 기업 대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은행원 1인당 평균 임금이 6800만원이고 금융노조원 수가 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5%씩 연봉을 줄여도 2700억원 가량의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당장 한 푼이 급한 중소기업에는 긴급수혈자금이 될 수 있다.

한편에선 임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금융권의 임금 단체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민간은행의 고통분담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만큼 '여론몰이'로 금융권을 압박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금융권은 반발 기류가 강하다. 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기업의 임금 삭감을 강요할 경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자율적 노사관계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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