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씨티그룹이 당당해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09.03.12 07:00
씨티그룹이 당당해졌다.

올 들어 두달간 최고 실적을 올렸다며 어깨를 쭉 편 모습이 정부의 천문학적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는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사내 메모를 통해 올 1~2월에 19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이는 최근 1년만에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매출도 좋고, 수익도 나고, 위험자산도 줄었다며 조기 회생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최근 6개월간 세번이나 정부에 손을 벌리더니 살아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초스피드'다.

씨티를 '최악의 상징'으로 여겨온 월가와 언론은 씨티그룹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와 '장밋빛 전망'에 영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아직 1분기가 끝나려면 한달이 남아 있는 상황에 최고 실적 운운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주가급락을 진정시키고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액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디트 CEO 역시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수치는 변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결국 씨티그룹이 작은 성과에도 큰 소리칠 수 있는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자신들을 망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암묵적 믿음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관계 고위직들이 총 출동, '대마불사' 라는 한 목소리를 내며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양측의 '공조설'마저 제기되는 대목이다.

버냉키 의장은 작정이라도 한 듯 시장 호재 발언을 줄줄이 쏟아내며 씨티그룹이 불을 지핀 증시에 기름을 부었고, 가이트너 장관도 대형 금융사들의 파산 방지를 위한 지원을 확실히 할 것이라며 '배경'을 든든히 했다.

미 정부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씨티그룹에 세 번의 자금 수혈을 했다.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 부은 정부로서는 씨티의 몰락이 '강 건너 불구경' 일수는 없는 노릇이다.

뉴욕증시는 이날 올들어 최대폭 폭등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투자자들은 정부와 씨티그룹의 합작에 한번 더 속아주기로 한 것 같다.

이젠 씨티그룹이 투자자들의 '믿는 구석'으로 변모할 때이다. 더이상은 날릴 '공수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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