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급등에 외국인은 운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9.03.11 11:57

하락베팅했던 지수선물, 주가 급등으로 대규모 손실 위험

미국 증시의 급등에 국내 투자자들은 신이 났지만 울상인 투자자들이 있다. 바로 외국인들이다. 이들은 최근 선물을 계속 순매도하면서 기록적인 누적 순매도 포지션을 구축했었다. 사실상 한국 증시의 하락에 베팅한 것이었다.

하지만 3월물 선물 만기일이 하루 앞에 다가온 현재 대규모 손실을 입을 위험에 처해 있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의외로 선전하면서 버틴 데다 뉴욕과 유럽 등 선진 증시까지 강한 반등을 보이면서 지수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선물을 매도한 투자자는 지수가 하락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외국인들은 11일 지수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연일 선물을 매도해 왔던 외국인들은 지난 2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선 상태다. 2일부터 9일까지의 외국인들의 선물 매매 패턴은 장초반에는 순매도를 하다 오후 들어서 매도 규모를 줄인 후 장 막판에 순매수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외국인들이 선물을 장 초반부터 순매수할 경우 현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개선돼 프로그램 매수가 유발, 지수가 상승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전술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즉, 장중 베이시스 개선을 제한시키다 막판에 선물을 매수(환매)해 그동안 누적한 매도 포지션에 대한 이익을 실현시켰다는 얘기다.

하지만 11일은 다른 모습이다. 장초반부터 대규모 순매수를 계속하고 있다. 오전 11시22분 현재 6000계약에 육박하고 있다. 또 지난 10일에는 상당한 물량의 매도 계약을 6월물로 롤오버시켰지만 오늘은 롤오버도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의 모습은 그만큼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선물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손실을 볼 상황에 처하자 급하게 환매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더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실현시키자는 것. 일부는 이익실현이 아니라 손절매라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 단가는 코스피200지수 기준 143포인트였다"며 "지수가 이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손절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의 선물 매도 평균 단가에 분석에 따라 아직은 손절매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지수가 외국인들의 평균 매도 단가까지 올라간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외국인들이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조기 환매에 나설 경우 지수가 급등할 테고 만기일 결제를 택할 경우에도 프로그램으로 인한 지수급등으로 벌어 놓은 수익을 대부분 까먹거나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일단 롤오버시키려는 전략도 이미 6월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이 또한 손실이 불가피해 '머리가 복잡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롤오버시킨 물량은 장기 헤지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오늘 보여지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그동안 겨누었던 칼을 거둬 들이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들은 현물시장에서도 다급한 모습이다. 17일간 매도 행진을 벌이다 매도 폭을 축소한 외국인은 10일 한달여만에 최대 순매수를 보인데 이어 11일에도 대규모 순매수 중이다. 외국인은 특히 금융주를 지난달 17일부터 16일간 순매도했다. 금융주가 급등한 11일에는 가장 큰 규모(1230억원)로 매도했다.

재밌는 것은 12일 다시 금융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 이 시각 현재 순매수 규모는 4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금융주가 한차례 급등한 이후인데다 10일 2300억원 어치의 금융주를 쓸어 담은 국내 기관에는 한발 늦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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