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CR리츠 시작부터 "꼬이네"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09.03.10 14:24

- 출자자 모집, 매입약정따라 희비
- 건설사, 출자비용 50% 달해 포기


건설사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개발된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리츠)가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CR리츠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들이 공공기관의 매입 약정된 상품에만 출자를 결정함에 따라 일부 상품은 빛도 보기 전에 출시를 철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아파트를 매각하는 건설사들도 CR리츠에 출자해야 하는 비용이 전체 투자비의 50%에 육박하면서 잇따라 매각을 포기하고 있다.

◇매입약정따라 투자자 모집 희비=일부 증권사와 신탁사가 출시했거나 내놓을 예정인 CR리츠는 공공기관의 매입약정에 따라 투자자 모집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분양에 투자하는 CR리츠는 3년 뒤 아파트 가격에 따라 투자자의 이익과 손실이 엇갈린다. 만약 3년 뒤 가격이 현 시세보다 오르면 투자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떨어질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대한주택공사나 대한주택보증과 같은 공공기관의 매입약정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한다.

실제 NH투자증권의 미분양아파트를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P-CBO)은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강을 해 투자자 모집이 가능했다. 첫 CR리츠인 우리투자증권의 '우투하우징 제1호'도 주공이 분양가 64~74% 선에서 매입약정한 상품이어서 투자자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반면 공공기관의 매입약정없이 건설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출시하는 KB부동산신탁의 CR리츠인 '플러스타1호'는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 신탁사는 CR리츠 출시계획을 점정 중단했다. 이 신탁사 관계자는 "일반투자자의 경우 3년 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신용보강이 가능한 공공기관을 확보해 이를 보장해줘야 하지만 이 작업이 어려워 출시를 잠정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의 플러스타1호에 대한 출자 의향을 받았지만 공공기관의 신용보강이나 매입약정이 없어 출자를 포기했다"며 "다른 신탁사의 CR리츠도 검토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안팔고 만다"=그렇다고 공공기관이 매입약정을 했다고 해서 모든 건설사들이 CR리츠에 미분양아파트를 매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R리츠의 상품구조 때문이다. 우선 건설사는 후순위로 30%를 출자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건설사들에게나 가능한 상품이다.

예를 들면 2억원짜리 아파트 500가구를 CR리츠에 매각할 경우 총 투자비는 1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건설사는 후순위 30% 만큼인 3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700억원을 손에 쥐기 위해 300억원의 현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 매입률이 50%인 점을 감안하면 CR리츠는 200억원을 더 받을 수 있어 위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후순위 출자 30% 외에 건설사가 리츠 운용비용 20%를 추가로 출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건설사가 매각한 물건을 리츠로 완전히 이전해 신용도가 불안정한 건설사로부터 독립시켜야 하며 수익 보장을 위해 건설사가 초기 리츠 운용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초 초기 리츠 운용비용은 15%로 구상했지만 미분양아파트 매입시 취·등록세 면제를 핵심으로 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건설사가 이를 부담해야 해 20%로 늘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건설사가 CR리츠에 출자하는 비용은 전체 투자비의 50%까지 늘어나 1000억원짜리 CR리츠에 건설사가 5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요즘처럼 현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500억원을 받자고 500억원을 대출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이 이렇자 CR리츠에 미분양아파트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던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이를 포기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해소를 위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매력적인 상품은 거의 없다"며 "건설사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것이라면 보다 근본적이고 안정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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