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채권 공포' 세계 신용시장 또 빨간불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 2009.03.10 09:31

정부 임기응변 대책에 채권시장 신뢰 무너져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신용시장에 새로운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대책을 자주 바꾸면서 채권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신용시장은 18개월 전에도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바로미터(지표)가 됐다"면서 "최근 신용시장에는 새로운 비관주의가 휘몰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대책을 자주 변경하면서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자금시장이 또다시 불안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자금시장 '빨간불' = 주식시장을 강타한 공포와 불확실성이 이번에는 회사채와 대출 시장을 강타하면서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으로 한주간 미국 투자자들은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 펀드에서 9억1100만 달러의 자금을 빼냈다. 주간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6일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1.31%로 1월 중순의 1.08%보다 올랐다. 단기 채권회수에 대한 은행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메릴린치에 따르면 최근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의 수익률은 미 국채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지난달 16%포인트보다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된 것이다.

리보나 정크본드-국채간 스프레드가 급격히 치솟았던 지난해 가을이나 지난해 말 수준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점차 크게 오를 기미가 보이고 있다.


◇ 채권투자자 "정부 못믿어"= WSJ는 "정부가 금융위기 대책을 임기응변식으로 내놓으면서 회사가 파산할 경우 채권 투자자보다 정부가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씨티그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주식가치를 크게 희석된 것처럼 회사채 투자자들도 나중에 채권변제 순위에서 밀려 결국 원금도 되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이후 발생한 수익이 채권 투자자가 아닌 구제금융을 해준 정부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펀드회사인 티로우프라이스(T. Rowe Price)의 메리 밀러는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구제금융을 받지 않는 다른 기업의 채권 가격도 제대로 매겨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크레디트사이츠의 브라이언 옐빙턴 전략가는 "금융권의 패닉 때문에 신용 위험에 대한 가격 책정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옐빙턴은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고통이 대부분 주주들과 납세자들에게 떠넘겨졌지만 이제 채권투자자들에게까지 옮겨질 것이란 게 정말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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