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핀셋마케팅'을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9.03.10 08:13

유명호텔·골프장 회원, 강남 고급주택 거주자 등만 집중공략

서울시내 한 호텔의 중식당 A룸. B분양대행사 대표가 식사중인 10명의 중장년 여성들에게 고급주택 분양상품을 홍보한다. 그는 방 한 켠에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설치해 놓고 상품개요·조감도·분양가·특장점 등 각종 정보를 쏟아낸다.

브리핑이 끝나자 질문과 답변이 이어진다. 식사 후엔 전문상담사 10명이 투입돼 1대 1로 상담이 진행된다. 상담을 받은 여성들은 고가의 기념품을 받아 들고 호텔을 나선다.

고급주택 분양시장에 이른 바 '핀셋마케팅' 바람이 거세다. 핀셋마케팅은 마케팅 대상 고객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세밀하게 선정하고 그들의 성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법. 분양시장에선 수십억원짜리 고급주택을 구입할 수요가 제한돼 있는 만큼 특정·소수 집단만 집중 공략해 판매 실적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한식당 등에 초대해 식사를 제공하고 상품을 설명하는 소규모 홍보회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손님이 원할 경우 개인적인 친목모임 장소에서 상품 설명회가 열리기도 한다. 손님 집이나 회사를 방문하는 개별 상담도 이뤄진다.

보석이나 수입가구, 명품의류 전시회 등을 열고 수천만원짜리 경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있다. 유명 골프선수를 초청해 라운딩을 하며 그룹 레슨을 벌이기도 한다.

마케팅 대상은 유명 호텔이나 골프장, 피트니스센터 회원이나 강남 고급주택 거주자 등이다. 강남에서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삼성동 아이파크, 도곡동 타워팰리스, 청담동 빌라촌 등 단지 중대형 보유자가 주 타깃이다.


고급주택 시장에서 핀셋 마케팅은 효과가 꽤 높은 편이라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언제든지 '실탄'(돈)을 쏠 수 있는 재력가들이 많아 조건만 맞으면 설명회 자리에서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본인이 계약 후에 자신의 친구나 친척 등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고급주택전문 분양대행사인 M사 관계자는 "분양 물량의 절반만 계약이 성사되면 나머지는 손쉽게 팔 수 있다"며 "고급주택 계약자들은 대부분 입주 후 단지 커뮤니티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옆집이나 윗집, 아랫집을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핀셋마케팅시 꼭 지켜야 할 금기사항도 있다. 손님들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집을 계약했다거나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는 말도 전해선 안된다.

분양대행업체인 D사 대표는 "고급주택 손님들은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만큼 정보 공개는 절대 금물"이라며 "특히 상류층 커뮤니티는 워낙 좁아 서로 알고 있거나 한 사람만 거쳐도 관계가 있는 손님들이 많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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