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개입, 환율에 재갈 물렸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박상주 기자 | 2009.03.09 16:16

상승 일변도에서 '수급 장세'로 전환

-욱일승천하던 원/달러 환율, 역외세력 영향력 약화로 주춤
-방향성 탐색하며 변동성은 커져
-지난 6일, 시장 분석과는 달리 당국 개입 없이 하락에 성공

국내 외환시장에 외환당국의 개입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요하면 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 또는 우려가 상승 일변도였던 원/달러 환율에 느슨하지만 재갈을 물린 형국이다.

당국의 개입이 상승 쪽으로 쏠린 시장의 방향타에 혼란을 일으킨 사이 시장에서는 '수급 장세'가 펼쳐지며 변동성이 커졌다. 시장을 좌지우지하던 역외 세력의 힘이 다소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1597원에서 1556원 사이를 하루종일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외환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개입했다"는 경계심이 확산됐고, 환율은 드물게 출렁거렸다.

하지만 이날 당국의 개입은 없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9일 "지난 6일 당국의 공식 개입은 없었다"며 "몇차례의 당국 개입에 이어 시장수급에 따른 방향성 탐색이 진행되고 있고, 하락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으면 하는 게 당국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자료: 한국은행

9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등락을 거듭했다. 투자자들의 행보도 반전의 연속이었다. 외국인과 은행권이 오전 달러 매도에서 달러 매수로 돌아서며 상승 쪽으로 기우는 듯 했지만, 수급에 따라 내림세로 돌아섰다.

이날 환율은 전주말 종가 기준에서 2원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등락을 거듭한 끝에 1원 내린 1549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외환시장 수급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코스피지수 등락 △수입업체의 결제수요 △외국인 배당금용 역송금 수요 등이 꼽힌다.

결정적으로,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우리·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해외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에 힘을 실었다. 우리은행은 최근 유럽계 금융기관에서 만기 1년짜리 1억달러 차입에 성공했다. 기업은행은 이달중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을 추진중이다.

이날 당국은 이렇다할 개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역외 쪽이 지난 주 차익실현을 끝내고 나감에 따라 증시 동향 등과 연계한 달러 수급이 환율을 지배했다"며 "몇 주 동안 환율상승 추세로 달러 매수기회를 찾지 못했던 실수요가 1500원대 초반에서 매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정 팀장은 또 "그러나 이날 거래량이 41억 달러로 크지 않은 것을 보면 환율 급변동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이번 주는 증시와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에 따라 환율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한 증권사 외환전문가는 "역외 쪽 플레이가 줄어든 것은 국내 주식이나 채권 시장에서 역외 자금을 일부 흡수했기 때문일 수 있다"며 "환율 급등세가 진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달러 매수 우위라서 상승여력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원정환 외환은행 원/달러 딜러는 "역외나 외환당국의 공방보다는 실수요로 보이는 거래가 많았다"며 "1500원대 초반에서 매수를 대기하던 결제수요와 외국인 배당금용 수요가 밀려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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