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두가 1980년대 10년 기간에 걸쳐 이어진 조선업 장기 불황이 낳은 결과였다. 조금씩 잊혀져가던 조선업계의 이같은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최소한 10년짜리 조선업 장기불황을 맞아 생존 전략을 짜야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업 경기는 1980년 장기불황의 터널을 지나 1989년 저점을 찍은 뒤 2007년까지 줄곧 상승 사이클을 탔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운 수요가 급팽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고점을 친 조선경기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거꾸러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시작된 조선업 불황이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전직 관료는 "조선업 경기는 한번 꺾이면 최소한 10년"이라며 "이번에는 그보다 더 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선업 불황이 사상 최악의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류가 배를 만든 이래 지난 1989∼2007년 만큼의 호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았던 것만큼 앞으로는 더욱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드러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1월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LNG-FPSO) 1척을 수주한 것뿐이다. 게다가 기존 수주 물량에 대한 발주 취소 또는 인도 연기 요청까지 몰려드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전 세계 조선업 1∼5위를 다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어느 누구도 미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 센터장은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빅3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만 앞으로 진행될 경제위기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수도 있다"며 "조선 빅3마저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 세계 반도체 빅5인 하이닉스도 2000년까지는 금융시장에서 괜찮을 것으로 봤지만 2001년 결국 무너지는 악몽을 경험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펼쳐질 조선업 장기불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고려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선업에 대한 지원 및 구조조정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업체 등을 상대로 생존을 위한 '치킨 레이스'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옥석은 가리되 경쟁력 있는 조선업체는 살아남을 수 있도록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통해 회사채를 매입해주는 등의 간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현금성 자산 확보를 각각 3000억원 이상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수금 지급 연기 또는 인도 연기가 이뤄지는 경우 선박 인도전까지 수출입은행 등이 선박 제조 비용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며 "수출보험공사가 보증하는 조선사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 여신한도에서 제외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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