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일"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09.03.10 09:29

[CEO&LIFE]이승한 홈플러스 회장...경영도 예술


흔히들 기업의 최고 덕목은 '이윤 창출'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경영자를 보는 잣대도 '이윤'(성과)에 맞춰져 있다. 모름지기 '벌어야' 인정받는 게 경영의 세계다. 그러나 성과만으로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진정한 카리스마는 '성과+@'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돈'을 벌면서 '멋'까지 낼 줄 아는 경영자가 있다. 경영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CEO.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 회장 얘기다.

삼성 11기 출신인 이 회장은 1999년 당시, 점포가 두 개뿐이었던 홈플러스의 경영을 맡게 되고 4년 만에 이마트에 이은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창립 후 8년간 매년 연평균 4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창립 10주년인 올해는 매출 10조원 돌파를 넘보고 있다.

46년생인 이 회장을 만나보면 '꿈꾸는 청년'을 느끼게 된다. 누구보다 젊다. 생각이 젊다. 늘 변화를 꿈꾸고 실천한다.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를 담은 '생각의 탄생'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그는 '아이디어맨'으로 유명하다. 아이디어 뱅크의 원천은 발상의 전환에 있다.

최근 이 회장은 자기관리시스템을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가 됐다. "5~6년 전 휴가 때였어요. 인생을 다시 한 번 디자인해볼 수 없을까 생각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 갑자기 경영관리 기법을 인생에도 적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생에 중요한 네 가지 요소로 '일, 가족, 친구, 건강'이 있는데 이 네 가지를 잘 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회장은 일, 가족, 친구, 건강을 위한 세부 지침이 담긴 도표를 만들었다. 일종의 행복해지기 위한 '계획표'다.

예를 들어 건강의 경우, 건강하기 위해선 체력·습관·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고 이 세개 항목은 세부 항목으로 또 나눠진다. 체력 컨트롤은 골프, 헬스, 스트레칭, 습관컨트롤은 숙면, 소식, 다소(多笑), 마인드컨트롤은 음악감상, 명상, 창의로 세부 항목으로 분류, 각 항목마다 주1회 이상, 항상 등 주기까지 적혀있다.

"자기 인생도 스스로 디자인해볼 수 있어요. 경영도 마찬가지죠. 경영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가 있어요. 경영의 구석구석을 보면 예술의 혼을 담아야할 일이 많습니다. 경영은 한 폭의 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입니다."

똑같은 일을 해도 예술을 하는 사람의 혼을 담아 고객을 감동시키는 마음으로 한다면 예술이 된다는 게 이 회장의 예술경영론이다.


올해의 화두는 '희망 습관'이다. 긍정의 힘이다.

"신년사에 어렵다는 얘기를 안 하는 게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란 생각했어요. 희망에서 힘이 나고 자신감이 나고, 활력있는 조직을 만들 수 가 있죠. 언어, 태도, 배움, 속도, 창조, 영업습관 등 6가지 희망습관을 만들었어요. 한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게 조직을 바꿉니다. "

이 회장의 '희망습관'은 해외로 간다. "다국적 기업들의 리더들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들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입니다. 한국에서 해외 CEO들, 리더들에게 희망습관을 교육시킬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기발한 발상으로 유명하다. 1세대 창고형 할인점에서 벗어나 '가치점'이라는 개념도 이 회장이 고안해냈다. 잠실점도 '감성점'으로 새롭게 선보였고 작년엔 친환경 점포 그린스토어도 여는 등 신개념 점포를 속속 선보였다.

국내 최초의 그린스토어(홈플러스 부천 여월점)에서 벌어진 광고물 문구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 회장의 참신함을 보여준다.

보통 대형마트 매장에 있는 냉장고엔 문이 없다. 문을 열고 닫는 불편함이 없이 손님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런데 문을 열어두면 그만큼 전기 소모량이 크다. 홈플러스 그린스토어 매장엔 냉장고에 문을 달았다. 그랬더니 매출이 뚝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문을 열고 닫는 걸 귀찮아한 결과다. 이때 소비자와의 '소통'의 물꼬를 튼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바로 이 회장이다. '당신의 행동으로 연간 25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습니다'는 문구를 냉장고에 붙였다. 매출이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일에 초점이 맞춰진다. 탁월한 재무적 수치를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백년대계를 위해 지속가능한 기업의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소신이다.

"탁월한 경영자는 훌륭한 재무성과를 만드는 사람과 훌륭한 기업문화 유산을 남기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기업문화 유산을 남기는 경영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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