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군인공제회의 '이상한' 상가투자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9.03.09 17:05

수년째 상권 비활성화된 상가에 480억 펀드투자


군인공제회(이하 군공)가 수년째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 종로 한 상가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어 투자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군공은 특히 원금과 이익을 보장해주는 약정을 맺고 기관투자자들의 상가 투자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상가는 2005년 분양실패와 사기 분양대출에 연루된 곳이다.

9일 금융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군공은 지난 2006년 4월 칸서스자산운용이 출시한 '시즌사모 부동산펀드 1호,2호' 중 2호에 모집액 480억원을 전액 투자했다. 칸서스는 군인공제회가 2대 주주(지분 13.74%)로 있는 펀드운용사다.

군공은 또 '시즌사모 부동산펀드 1호'의 수익률, 즉 원금과 연 7.6%의 목표 이자를 보장해 주는 약정을 기관투자자들과 맺었다. 군공이 원리금 상환을 보장한 덕에 펀드 1호는 기관투자자로부터 620억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1,2호 합쳐 총 1100억원을 모집한 이 펀드는 97년 지어진 종로구 창신동 '시즌 상가'를 기존 상가 담보권자(채권단)인 군인공제회, A상호저축은행과 공동으로 인수했다.

당시 상가 소유주(시행사)인 아이비홀딩스는 허위분양으로 1200억대 대출 사기사건을 일으켜 검찰에 구속된 뒤여서 채권단이 소유권을 확보, 관리하고 있었다.

즉 군공은 시행사에 500억원을 빌려준 채권단이자 펀드의 주요 투자자 자격으로 상가 인수에 개입한 셈이다.

시즌 상가는 지하 5층 지상 13층짜리 건물 중 지하 1층 지상 6층 1452구좌(점포) 규모다. 펀드는 임대수익을 내다가 3년 뒤 상가를 매각(분양) 처분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펀드와 채권단(군공)은 상가 인수 뒤 중국 상인단체인 '이우상품성'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중국상품 전용상가를 오픈했다. 그러나 판매된 저가 잡화가 고객의 외면을 받고 중국 상인들이 임대료를 연체하자 임대차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펀드는 아울렛과 보세의류로 상가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 오는 8월 예정된 펀드 만기를 앞두고 6일 오후 시즌 상가를 찾은 결과 임대 수익을 기대하기는 커녕 상가 3~6층은 텅 빈 채로 남아있고, 1,2층 아울렛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울렛 영업종료 폐점 정리전'에서 만난 한 판매 사원은 "장사가 안되고 임대도 잘 안돼 아울렛이 오픈한지 얼마 못가 문을 닫게 됐다"며 "그나마 사은품 나눠주고 광고를 많이 해 손님이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상가 설립 초기부터 장사를 했다는 한 보세의류 점포 대표는 "임대료가 월20만원으로 쌌지만 손님이 적은 통에 이 비용도 못내 인근 동대문상가로 옮기는 상인이 적지 않았다"면서 "98년 최초 분양가가 7000만원(6층 기준)이었지만 지금 시세로도 이 가격이 비싼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펀드는 만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상가 활성화를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동안 임대 공백과 점포 시세 하락으로 인해 군공이 지급 보장한 목표 수익률(연 7.6%)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 연기금 전문가는 "상가 투자는 전문가도 실패할 정도로 어려운 분야"라며 "연기금이 대출에 펀드출자, 다른 펀드의 지급 보장까지 하면서 이 상가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공 홍보 관계자는 "상가가 위치한 일대가 지난달 창신뉴타운으로 지정되고 시즌상가 건물만 유일하게 존치건물로 선정돼 희소성이 높아졌다"면서 "투자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가 임대율은 72.5%를 유지하고 있으며, 수익이 좋은 임대사업자 유치를 위해 협상이 진행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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