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지하철 걸인, 문화로 봐야하나

정진우기자 이혜림인턴기자  | 2009.03.09 17:17
↑ 노숙자들이 한 지하철 역 인근 상가 앞에서 잠을 자고 있다.

# 직장인 A(32, 여)씨는 최근 지하철 걸인에게 봉변을 당했다. 50대로 보이는 허름한 복장의 남성이 지하철 내에서 구걸을 하다 돈을 주는 사람이 없자 앉아있던 A씨의 발을 밟고 내린 것. A씨는 아프기도 했지만 창피하고 당황스러워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지난 4일 자신을 23살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전철에서 사람 할퀴면서 구걸하는 할아버지'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는 "지하철 4호선 정왕역 즈음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하는 노인의 구걸을 못 본 척 하자 손톱으로 손등을 긁어 피까지 났다"며 상처부위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할퀸 부분은 예전에 다쳐 꿰맨 부위라 상처가 심하다"며 "나이든 분이 고생하는 것 같아 참았지만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걸인에게 손등을 할퀴었다며 한 남자대학생이 공개한 사진


지하철 내에서 구걸하거나 노숙하는 사람들의 돌발행동으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과 맞물려 이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면서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더욱 높아졌다.

이들중에는 혼자서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많아 딱한 사정에 혀를 차게되지만, 적절한 시차원의 관리나 지원이 아쉽다는 지적들이다. 통제할 수 없는 행동에 피해를 봤다는 시민들의 하소연도 종종 들려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이다.

최근 몇년간 지하철 내에서 일어난 사건만 봐도, 50대 노숙자가 20대 여성을 지팡이로 내려쳐 부상을 입히는가 하면 정신병을 앓던 노숙자가 잠이 든 승객을 살해하기도 했다. 전동차 안에 불붙은 휴지를 던져 방화를 시도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돈을 구걸하던 노숙자가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승객을 선로로 밀어 떨어뜨리는 장면을 담은 폐쇄회로(CC)TV가 공개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실제 한 여인이 노숙자에게 밀려 전동차에 치어 숨지기도 했다.

또 서울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시내 한가운데 5호선 광화문역이나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까지 노숙자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야간 뿐 아니라 출근시간이나 한낮에도 종이박스를 깔고 잠을 자며 퀴퀴한 냄새를 풍겨 코를 움켜쥐게 한다.

매일 아침 광화문역을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역사 내 곳곳에 소변 냄새와 같은 악취가 진동하고 걸인들이 자기 집 안방 마냥 아무데서나 뒹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불쾌하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데 왜 그냥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각 역마다 지하철 운행시간이 지나면 역사 안 노숙자들을 모두 내쫓는데 역 입구 쪽에서 노숙하는 사람들까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10여년전 IMF 외환위기 이후 지하철 노숙자가 늘어났는데 이제 이것도 하나의 지하철 문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선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며 "불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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