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에 주식매도 이유없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 주식본부장  | 2009.03.09 09:51

[ 마켓 인사이트] "환율과 주가는 상호 눈치보기중"

최근 한국주식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다. 사실 작년말 달러당 1,250원 수준으로 급하게 조정 받았던 원/달러 환율은 새해들어 소리소문없이 계속 상승해 왔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결국 1500원을 넘어서면서부터 그간 외면했던 부분까지 한꺼번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변동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건 환율시장이건 전고점이나 전저점을 경신하면서부터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된다. 그 원인에는 손절매로 인한 수급 불균형 확대, 시장 심리의 불안정성 심화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파생상품 계약의 존재도 한 몫을 하게 된다.

즉, 기초자산의 가격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신천지’ 로 진입하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는 당사자 중 불리한 입장에 있는 주체는 새로운 헤지수요를 요구한다.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움직임을 더욱 강화하거나 가속화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기초자산의 움직임은 펀더멘털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반대요인이 생길 경우 급전환할 수 있다. 즉 시장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원/달러 환율을 거래하는 시장주체들에게 요즘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변수를 물어보면 대다수가 코스피지수 움직임이라고 답변한다. 결국, 주식과 환율 시장의 주체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상호간에 ‘원인’과 ‘결과’의 구분이 모호하면서 상호 영향을 주는 상황 또한 변동성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사례들은 과거에 많이 존재해 왔다. 예컨대, 주식시장과 주가지수선물간의 상호작용으로 시장이 급등 혹은 급락하는 소위 ‘폭포효과’가 좋은 예다.


이론상 선물이나 옵션가격은 기초자산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정해지는 철저한 종속변수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대로 이들 선물, 옵션 가격이 먼저 방향성을 보이면 기초자산인 주식 가격이 따라 움직이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흔히 하는 표현 중에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말이 딱 이런 경우다. 외국인들은 ‘개꼬리가 몸통을 흔든다(Tail wagging dog)’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환율의 급상승이 주식 투자자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압박효과는 그 무엇보다도 크다.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시장의 구조적인 배경을 살펴보면 펀더멘털 보다는 수급과 시장심리에 의한 측면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2월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지금 같은 고환율 상황이 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출호조와 내국인들의 수입수요 급감으로 인해 향후 경상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시장은 ‘내재된 안정화 장치(Built-in-stabilizer)’ 에 의해 자체적인 균형점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수급이 펀더멘털에 우선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은 설명할 수 있겠지만, 보다 궁극적인 방향성 을 얘기할 때는 설명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환율에 민감해져 있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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