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검찰 괜한 오해, 알고 보니..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9.03.09 10:00
검찰이 기업 사정을 잘 모르고 괜한 오해로 기업인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대기업 오너들이 모두 빚 걱정 없이 풍족하게만 산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기업을 맡아 운영하다보면 오랫동안 빚더미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오너도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그렇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의 빚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증여세를 내기 위해 받은 백억대 대출에도 시달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 회장은 현재 자신의 동국제강 주식 180만주를 담보로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에서 총 140억원의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하나은행에서 주식 164만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부산은행에서 주식 16만주를 담보로 20억원을 빌렸다. 금리는 각각 6.7%, 7.17%로 연간 이자 부담만 9억원이 넘는다. 담보로 맡긴 주식은 장 회장이 보유한 동국제강 주식 총 943만주(15.3%) 가운데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사장도 동국제강 주식 총 125만주를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에 맡기고 총 100억원의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장 회장 형제의 대출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맞추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장 회장의 부친 고 장상태 동국제강 명예회장과 그 일가는 동국제강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 명예회장 일가는 유상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1999∼2000년 수차례에 걸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00년 4월 장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장 회장 등 후손들이 장 명예회장의 재산 뿐 아니라 부채까지 함께 물려받게 됐다.


문제는 이 때 동국제강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담보를 추가로 채워 넣으라는 은행의 요구에 따라 장 회장은 급하게 회사예금을 담보로 걸었고, 이 때문에 2004년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 장 회장과 장 부사장은 장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직전인 2000년 1월 각각 603만주, 402만주씩의 동국제강 주식을 증여받았다. 당시 주가가 2500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각각 150억원, 100억원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그 당시 최고 증여세율(30억원 초과분)은 무려 50%에 달했다. 각각 약 70억원, 4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부담을 안은 셈이다. 장 회장 형제는 경영권 불안을 우려해 증여세에 대해 주식물납 대신 현금납부를 택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회장 형제의 현재 대출은 1999∼2000년 당시 유상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선대 회장의 대출까지 물려받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그 이후 일부는 갚았지만 아직도 모두 상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 장 명예회장까지 돌아가신 1999∼2000년 당시에는 회사의 사정이 지극히 어려웠다"며 "그 이후 2000년대초까지도 배당을 넉넉히 할 형편도 못돼 장 회장 형제가 대출을 갚을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 오너들의 이 같은 사정을 이해한다면 장 회장처럼 괜한 오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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