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그렇다. 외환위기 직후 기업의 빚을 갚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증여세를 내기 위해 받은 백억대 대출에도 시달리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 회장은 현재 자신의 동국제강 주식 180만주를 담보로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에서 총 140억원의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하나은행에서 주식 164만주를 담보로 120억원을, 부산은행에서 주식 16만주를 담보로 20억원을 빌렸다. 금리는 각각 6.7%, 7.17%로 연간 이자 부담만 9억원이 넘는다. 담보로 맡긴 주식은 장 회장이 보유한 동국제강 주식 총 943만주(15.3%) 가운데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사장도 동국제강 주식 총 125만주를 하나은행과 부산은행에 맡기고 총 100억원의 대출을 받아둔 상태다.
장 회장 형제의 대출에 얽힌 사연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맞추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장 회장의 부친 고 장상태 동국제강 명예회장과 그 일가는 동국제강의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 명예회장 일가는 유상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1999∼2000년 수차례에 걸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2000년 4월 장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장 회장 등 후손들이 장 명예회장의 재산 뿐 아니라 부채까지 함께 물려받게 됐다.
문제는 이 때 동국제강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담보를 추가로 채워 넣으라는 은행의 요구에 따라 장 회장은 급하게 회사예금을 담보로 걸었고, 이 때문에 2004년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 장 회장과 장 부사장은 장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직전인 2000년 1월 각각 603만주, 402만주씩의 동국제강 주식을 증여받았다. 당시 주가가 2500원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각각 150억원, 100억원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그 당시 최고 증여세율(30억원 초과분)은 무려 50%에 달했다. 각각 약 70억원, 4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부담을 안은 셈이다. 장 회장 형제는 경영권 불안을 우려해 증여세에 대해 주식물납 대신 현금납부를 택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 회장 형제의 현재 대출은 1999∼2000년 당시 유상증자 대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고, 선대 회장의 대출까지 물려받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며 "그 이후 일부는 갚았지만 아직도 모두 상환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 장 명예회장까지 돌아가신 1999∼2000년 당시에는 회사의 사정이 지극히 어려웠다"며 "그 이후 2000년대초까지도 배당을 넉넉히 할 형편도 못돼 장 회장 형제가 대출을 갚을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업 오너들의 이 같은 사정을 이해한다면 장 회장처럼 괜한 오해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인들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