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시장]키코 소송을 다시 본다

송기호 변호사  | 2009.03.09 09:24
환율이 가파르게 출렁이고 있다. 2005년 2월 이래 2008년 2월까지 900 단위 구간을 넘지 않았던 환율이 1500원대에도 멈출 기세가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답하기에는 벅차다. 하지만 환율 폭등이 경제를 심각하게 뒤틀고 있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다.

◇환율의 공포=필자와 같이 조그만 법률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도 외국 회사들로부터 달러로 받게 되는 변호사 보수를 언제 받아서 환전하느냐에 따라 수입에서 엄청난 차이가 생겨 버린다. 불안정 그 자체이다.

하물며 대외 거래 비중이 높은 일선 기업들은 얼마나 혼돈스러울까. 정상적인 경영 환경이 아니다. 게다가 환율이 폭등한다고 해서 대기업의 수출이 잘 되는 것도 전혀 아니다. 주력 수출품이 자동차나 가전 등 경기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상품들로 구성돼 있어서다. 그만큼 세계적 경제 불황에 따라 이들 수출품에 대한 수요 자체가 더욱 가파르게 줄고 있다.

그러니 대기업이 환율 폭등을 이용해 한국산의 해외 판매가격을 낮추더라도 수요가 그만큼 늘지는 않는다. 반면 환율 폭등은 국민들에게는 수입 물가를 크게 올려 큰 피해를 준다. 내수 기업은 더욱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막다른 생사의 벼랑길로 내몰린다. 그렇다면 수출중소기업은 어떠한가.

◇수출 중소기업을 살려야=여기서 바로 키코(KIKO)가 문제가 된다. 게임이나 제약 등 세계적 경제 불황에서도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오르는 것을 적극 활용, 해외 매출 수입을 늘리고 고용과 연구 개발(R&D) 투자를 늘려야 함에도 키코의 족쇄가 너무도 가혹하다.

아무리 환율이 올라도 그 이익은 수출 중소기업에게 남지 않고 키코를 판매한 은행의 차지가 된다. 키코라는 통화 옵션에 따르면 환율이 폭등하면 수출 중소기업은 달러를 시세보다 훨씬 싼 값(행사가격)으로 은행에 넘겨야만 한다.


현재 대부분의 키코에서 행사가격은 1달러에 930원대 혹은 940원대다. 예를 들어 어느 중소기업이 100만 달러의 수출대금을 외국에서 받는다고 하면 이 기업은 이 달러를 키코 거래 은행에 930원이나 940원에 팔아야 한다.

은행은 이렇게 싼 값에 달러를 사서 1550원대라는 비싼 값에 팔아 그 자리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 이러니 환율이 아무리 올라도 수출중소기업이 활용할 이익 기반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고용을 늘리기도 투자도 하기 늘리기 어렵다.

수출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이들이 키코의 족쇄에서 벗어날 자유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키코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서명한 계약서 한 장으로 이렇게도 큰 고통을 계속 감내하게 해도 될까.

키코 거래은행도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이익을 볼 만큼 보았다. 지난해 연말에 법원이 중소기업들의 키코 해지권을 인정한 것이 옳은 해결책이다. 은행이 항소했기 때문에 아직 최종적인 판단은 나오지 않은 상태이지만 키코 계약을 할 때 그 어떠한 국내 은행도 환율이 이렇게 폭등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들은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키코를 팔기에 바빴을 뿐,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니 은행들도 지금까지 본 이익으로 만족하고 그만 수출중소기업들을 놓아 줄 길을 찾으면 좋겠다. 끝을 알 수조차 없는 환율의 공포에 중소기업을 계속 묶어두는 것을 진정한 사적 자치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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