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외화차입하려면 1년은 인내해야"

더벨 이승우 기자 | 2009.03.06 14:29

김치본드 창시자, 한종연 UBS 전무..."딜은 고객과 나의 자식"

이 기사는 03월03일(09: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1년 현대자동차가 외화표시 채권을 국내 채권시장에서 최초로 발행했다. 일명 '김치본드'다.

당시 국내에 달러 유동성이 넘쳤고 법적으로도 가능했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한종연(사진) UBS 자본시장본부 전무가 나섰다. 채권발행을 통한 대규모 외화 조달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던 당시 현대차의 국내 외화 조달은 획기적인 딜(Deal)로 평가받았다.

"규정상 아무 문제가 없는데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땐 '작품' 하나 만들어 냈다는 희열이 있었습니다"

김치본드 뿐 아니다. 한 전무는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가진 본드 발행 주관을 주도해왔다. 그야말로 이색본드의 달인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초의 해외 차입인 대구시 채권과 우리나라 최초 정부채가 아닌 만기 10년의 도로공사채, 최장기 한국물 채권인 30년 만기 KT 달러채, 최초의 미래채권 담보부 증권인 토지공사의 유동화증권, 최초의 순수 외국계 기업발행 아리랑본드 등 헤아릴 수 없다.

그동안의 딜(Deal) 가운데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고 한참 고민하던 그가 꺼낸 말은,

"딜은 고객과 제가 만든 하나의 자식입니다.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딜이 없는 듯 합니다"

한 전무에게 딜(Deal)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소명'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애착이 크다. 그래서 감내하지 못할 딜에는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말레이시아나 태국에서의 발행 주선에 UBS가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UBS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틈새시장에서는 발행 이후 고객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적극적으로 딜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작년을 제외하고 최근 몇 년간 국내 주관 순위(G3 공모)에서 줄곧 2위권에 머물렀던 UBS였다.

위기 가능성에 눈을 떴고 '볼륨(규모)'보다는 '밸류(가치)'를 더 중요시했다. UBS는 상업은행이 아니라 자체 자금을 투입해 주관 업무를 따내려 하지 않았다. 은행과 고객 모두에게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그간 빙판 아래 물이 흐려 그 위험을 몇 명밖에 알지 못했지만 물이 맑아져 모두가 알게 된 지금은 빙판 위가 더 불안해진 꼴입니다"

앞으로 불안해하지 않고 외화 차입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한 전무는 예상했다. 과거 금융 회복이 실물 회복을 견인했다면 이제는 실물 회복이 금융 회복을 이끄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 대비 우리 경제의 회복 시점은 더 일찍 올 것으로 내다봤다.


UBS와 본인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시장과 정보분석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6년부터 14년 동안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분석력이다.

"자신할 수 있는 건 어떤 고객이든 시장 상황 등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연락을 하는 곳이 UBS이고, 어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해 결국엔 찾는 곳이 바로 UBS입니다"

한 전무는 DCM(Debt Capital Market) 전문가이지만 작년 10월부터 ECM(Equity Capital Market) 파트를 겸임하게 됐다. 5명의 팀으로 구성돼 자금시장 전체를 담당한다.

인터뷰 끝 즈음, 한 전무가 당부 하나를 했다.

"앞으로 외화 차입 시장이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누구든 어떤 조건에든 조달을 해오면 아낌없이 좋은 평가를 해주길 바랍니다"

*한종연 UBS 자금시장업무 전무 주요 경력·이력

-1967년 8월생
-서울 용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졸업
-미 일리노이주주립대(MBA) 졸업

-94~95년: 씨티은행 자금부 외환딜러
-95~99년: 씨티은행 기업금융부 부장
-99~01년: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자본시장부 부장
-01~02년: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채권영업본부 이사
-02~06년: 메릴린치증권 자본시장부 상무
-06년~현재: UBS증권 자본시장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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