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로펌, 합병 움직임 '솔솔'

더벨 문병선 기자 | 2009.03.06 09:42

금융법무 시장 확대 및 법률시장 개방 대비

이 기사는 03월04일(14: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로펌 시장은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율촌 등 '빅5'와 화우, 지평지성, 충정, 바른 등 10위권 로펌, 그리고 나머지 중하위권 로펌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빅5 로펌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점유한 가운데 최근 중하위권 로펌들의 합병 움직임이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법무 시장의 확대와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미리 덩치를 키워 대외 영업 및 교섭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박종백 법무법인 세화 대표 변호사는 지난 4일 "전문성으로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변호사를 영입하는 것으로 규모를 키워왔으나 앞으로는 다른 로펌과 합병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화는 외국변호사 포함 27명의 변호사를 보유한 로펌. 소형 로펌이지만 은행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 해외 기업의 국내 비상장 기업 인수, 국내 호텔 매각 작업 등을 처리하고 있는 로펌이다.

하지만 대외 교섭력에서 소형 로펌이라는 이유로 대형 로펌에 밀릴 때면 규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절감하게 된다. 박 변호사는 최근 사적인 만남을 통해 타 로펌과 합병 가능성을 저울질 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화 뿐 아니라 다른 소형 로펌의 물밑 작업도 활발한 편이다. 로펌업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고 대외 법률시장 개방 시기가 다가올 수록 로펌도 '부익부 빈익빈'의 형태가 될 것"이라며 "소형 로펌들간 짝짓기가 앞으로 5년간 어느때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10위권에 있는 법무법인 충정의 경우도 절박하진 않지만 가능성을 열어 놓은 상태다. 충정의 박상일 대표 변호사는 "규모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없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로펌은 고객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자칫 합병으로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중소로펌의 합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무법인 지평과 법무법인 지성은 지난해 5월 합병을 발표하며 "노동 관련 이슈가 핵심인 공기업 민영화, 대형 M&A 분야에 강점을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평지성은 당시 합병으로 단숨에 7위권 로펌으로 순위가 올라갔다.

국내 토종 로펌 1호인 법무법인 김장리는 지난해 7월 법무법인 평산과 통합한 뒤 지난달 사무소까지 통합하는 작업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 설치와 운영, 외국인 변호사의 외국법 자문업무 등을 허용하는 '외국법 자문사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점도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이 법률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나면 시행되지만 미국이나 아세안(ASEAN) 등 상대국과 체결한 FTA가 발효되어야 효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법률시장 개방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로펌간 합종연횡 흐름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보인다.

빅5 로펌 한 변호사는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법률시장 개방 이후 독일의 경우 대다수 로펌이 해외 로펌과 제휴를 했고, 일본의 경우 1위를 제외한 나머지 로펌이 모두 해외 로펌과 합병 또는 제휴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빅5 로펌의 경우 일단 단독으로 가는 방향을 택하고, 중하위 로펌의 경우 외국 로펌과 제휴 또는 국내 로펌끼리 합병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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