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BW 둘러싼 책임 떠넘기기

더벨 이재영 기자 | 2009.03.06 09:40

신주인수권 뒷거래 하고 "난 문제 없어"

이 기사는 03월05일(11:4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일부 코스닥 기업의 신주인수권 뒷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사모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후 신주인수권의 절반 정도를 대주주와 대주주 주변인이 되사는 것이다.

대주주는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임으로써 지분율이 낮아지는 것을 막고 주가 회복기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인수사는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넘기며 프리미엄을 챙긴다. 둘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 역시 짭짤한 수수료를 받는다.

거래에 참여한 3자가 이득을 보는 사이 일반 주주들만 피해를 본다. 신주인수권 발행물량으로 인해 지분율이 낮아지고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 사모 발행 형식이라 거래에 관여할 여지도 없다.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될 수 있는 행위지만 발행사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수사의 권유에 의해 신주인수권 뒷거래를 했다는 것. 운영자금이 필요해서 BW를 발행했고 관례라고 해서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였다는 설명이다.

한 사모 BW 발행사 자금담당자는 "발행조건을 조율하다 인수사의 권유에 의해 신주인수권을 되사들이기로 결정했다"며 "일부 주주들의 항의전화가 있었지만 주주 권익을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잘 해명했다"고 밝혔다.

인수사도 자신들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사모 BW의 인수사는 대부분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다. 타법인의 주식을 20%이상 가질 수 없다는 제한을 받는다. 이 때문에 BW 인수 시 신주인수권을 넘겨야만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여러번 사모 BW를 인수한 한 은행 담당자는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만큼 우리도 신주인수권을 넘기기 싫었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었다"며 "신주인수권은 보통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에게 넘기며 대주주와 직거래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증권사 역시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거래를 중개하며 발행사와 인수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신주인수권 프리미엄을 줌으로써 인수사의 투자 의지를 높여 발행사가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을 뿐"이라며 "요즘 같이 자금 시장이 경색된 시기에는 오히려 권장할만한 거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주주 권리 침해 소지가 있긴 하지만 기업이 자금을 조달해 이윤을 남기면 일반 주주가 가진 주식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감원마저 방관만 하고 있다. 사모 BW의 경우 '신주인수권 행사는 1년간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지킨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거래에 참여한 세 주체와 감독 당국 모두 '난 문제 없다'며 책임을 돌리는 형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 BW 발행 후 신주인수권 거래에 대해 일반 주주들의 항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규정상 문제가 없는데다 거래 당사자들이 얻는 이득이 많아 특별한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거래가 없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