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 할 땐 언제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3.06 08:03

中企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 뿔났다

"왜 힘없는 우리에게…."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이 전자방식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을 대신 상환하도록 요구받는 것은 은행들이 달아놓은 계약조건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당시 '구매기업(발주업체·대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는 경우 판매기업(하청업체)이 그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거래약정서에 포함했다. 은행 입장에서 자금을 확실히 회수할 수 있도록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하청업체들은 은행들이 대기업의 신용을 보고 외담대를 해주고는 이제와서 그 책임을 중소기업에 떠넘긴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외담대의 심각성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데 있다. 실물어음은 만기일까지 갚지 않으면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당장 부도처리된다.

반면 외담대는 '대출금 연체'로 처리돼 부도를 면할 수 있다. 대기업 대신 외담대를 떠안은 하청업체들은 이를 갚을 때까지 다른 기업에서 받은 어음을 압류당할 뿐 아니라 고율의 연체이자까지 부담한다. 또 금융거래 전산망에 연체사실이 기록돼 신용등급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다른 은행과 거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어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는 상황에 몰린다.

대기업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가능성도 문제다. 이들이 만기도래시 부도를 피하기 위해 실물어음만 갚고 외담대 상환을 지연하는 경우 제재수단이 없다. 힘없는 하청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은행에 외담대는 썩 괜찮은 상품이다. 다른 상품과 달리 외담대는 한 은행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은행은 주계약 기업 1곳만 유치하면 수백 개 하청업체까지 고객으로 자동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주계약 기업이 연체하더라도 이를 하청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어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최근 외담대 문제가 은행권 전반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면서 은행권의 표정이 달라졌다. 겉으로는 '합법적인 대출금 회수'라고 주장하지만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를 고치긴 해야 하나 마땅한 해결방안이 없는 게 고민이다. 이달중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은행권의 고민을 방증한다. 다만 어느 은행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려 하지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최근 정부가 어음제도를 들여다보는 것도 은행권에는 부담이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주 초 은행연합회의 어음·여신담당자를 불러 어음제도 전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기업환경 점검 차원이다.

재정부는 기업의 현금결제 비율이 떨어진 반면 어음결제 비율이 높아지는 점에 주목하고, 어음 대체 수단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외담대는 대표적 어음 대체 수단이다. 특히 외담대는 재무구조나 매출 등이 떨어지는 영세 규모의 중소기업이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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