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울고갈 위닉스 '에어정수기'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9.03.06 09:31

[逆샌드위치 기업을 찾아서]36년 한우물 판 윤희종 위닉스 대표

"이제 사막에 갈 땐 물을 가득 싣고 갈 이유가 없다. 오아시스를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정수기를 하나 들고 가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실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정수기가 일반정수기가 아닌 위닉스의 '에어(Air)정수기'라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에어 정수기는 공기중의 수분만을 이용해 음용수를 만드는 정수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름철 습도라면 3~4시간 정도면 정수기 용량(16리터)을 다 채울 수 있을 성능이다. 위닉스는 이 정수기를 개발한 공로로 지난 2007년 영국에서 '환경 애플상'을 수상했다. 친 환경적이고 물부족사태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선정이유다.

하긴 '비'라는 게 공기중의 수증기가 모여 있다가 무거워지면 내려오는 게 아니던가.

언뜻 봉이 김선달 뺨칠 것 같은 에어정수기의 개발에는 35년동안 축적된 위닉스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녹아있다. 위닉스는 냉장고 부품에서 시작, 열교환기, 냉각기, 팬히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지열 히트펌프 등을 만들어왔다. 냉각사이클 분야라는 한우물만 파다보니 기술력이 쌓인 것이다.

윤희종 위닉스 대표이사(62, 사진)는 "국내에서 위닉스의 냉각 사이클 기술을 따라올 회사가 없다"며 "삼성의 고급 브랜드 '하우젠'이나 미국 시어스백화점의 고급브랜드 'KENMORE'를 다는 제품을 만드는 전문회사는 위닉스가 유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3년에 설립, 36년의 역사를 가진 '위닉스'라는 회사가 우리 앞에 여전히 생소한 것은 윤 대표의 '스스로 준비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경영 스타일'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준비하고 기다리면 때가 온다는 게 윤 대표의 지론이다.


지난해 히트를 친 제습기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제습기에 대한 연구개발을 한 것은 10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준비를 거쳐 3년전에 매출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매출은 58억원, 올해에는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는 수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위닉스가 차세대를 위해 준비해온 에어정수기와 지열 히트펌프도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곧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이 윤 대표의 생각이다.

윤 대표의 보수적인 경영으로 다져진 재무기반에다 보유하고 있는 향후 녹색성장 관련 기술력이 최근 위닉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땅값과 현금성 자산만 따져도 시가총액을 넘는다는 게 회사측이 설명이다.

'가치투자'를 부르짖는 여의도의 유명 기관투자자들은 이미 위닉스와 같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50%에 육박하는 윤 대표의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50%중에서 신영자산운용, 국민연금, 한국밸류운용 등 기관투자자들이 30%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는 "돌다리도 두들겨보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을 하다보면 짧은 경기 사이클을 탈 때도 있고, 그것보다 더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되돌아보면 모두 지나간 일이 된다"며 "현재에 닥친 글로벌 위기도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우리나라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어떻게 보면 경기가 어려울 때 사업하기가 더 좋다"며 "좋은 인력을 쓸 수 있고, 원자재는 싸고, 경쟁자는 힘들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 위기를 세계시장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윤 대표의 각오가 비쳐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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