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간, 나홀로 "원화 강세 반전" 이유는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9.03.10 12:07

[머니위크] 여의도 리포트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간은 지난 2월26일 당시 외환시장 분위기와 사뭇 다른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화는 역경(약세)을 극복할 것(Won Won Situation)>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화강세 반전을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보다 현 경제상황은 덜 심각하다"면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1400원을 거쳐 올 연말 120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원화강세 주장은 다소 생뚱맞게 다가왔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계 투자은행의 다수 의견과 상충됐다. 시장흐름과도 맞지 않았다. 실제로 JP모간의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원화약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 3월2일에는 장중 달러당 1596.0원까지 상승하는 등 보고서 발표 후에도 원화 약세는 계속됐다.

JP모간도 이를 의식한 듯 2월27일 "올 연말 환율이 1200원으로 하락할 것이란 주장이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2007년 후반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대다수 시장참가자들이 9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할 때 우리는 오히려 990원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원화강세 전망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밝혔다.

◆"원/달러 환율, 3월 말 1400원, 12월 1200원"

JP모간은 조선업체의 수주 취소(또는 연기)를 원화약세 주범으로 꼽는 시장분위기에 거리를 뒀다. 수주 취소로 국내 조선업체가 선물환 매도 계약을 조기 해지할 경우 국내은행의 외채상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맞지만 시장이 과잉 반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업체는 환차손을 헤지하기 위해 선박대금에 대해 국내은행과 선물환 매도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은행은 다시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등에서 달러를 빌려(스왑) 조선업체와 체결한 선물환 매도계약을 헤지한다. 즉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와 선물환 매도포지션의 위험을 상쇄시킨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조선사의 수주취소에 따른 선물환 매도계약 조기 해지는 국내은행의 달러 상환부담으로 이어진다.

JP모간이 추정한 2008년 말 국내 조선업체들의 선박수주금액은 2100억달러. 선박대금이 통상 4차례 나눠 지급되는 관행상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계약은 최대 11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하루 평균 50억달러에 못 미치는 외환시장에 상당히 부담되는 규모다. 특히 최근 삼성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수주물량이 잇따라 취소(또는 연기)되면서 불안감은 한층 증폭됐다.

하지만 JP모간은 최근 수주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벌크선의 비중이 높지 않아 이 같은 우려는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신규 수주 물량 중 벌크선은 0.2%와 5.8%에 불과하다는 게 JP모간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수주 취소가 은행권의 달러수요를 야기, 원화약세를 가져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선박 발주사도 벌칙금 때문에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 힘든 점도 원화강세를 점치는 논거로 제시했다. 나아가 JP모간은 올해 신규수주 물량에 대한 신규 선물환 매도계약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비록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신규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어들지만 신규 수주에 따른 선물환 매도계약도 2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P모간, "외채우려는 확실히 과장됐다"

JP모간은 운용사(국민연금)와의 해외펀드 선물환 헤지비율 재조정에 따른 달러 수요도 과장됐다고 지적한다. 해외펀드의 순자산가치(NAV) 하락과 이에 따른 선물환 매도 초과 포지션 조기정리에 따른 달러 수요는 지난해 10월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중국펀드는 올 들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원화강세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JP모간은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나 와 달리 한국의 외채상환능력은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위기설'을 해명한 정부의 입장을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외채무의 각 항목을 상세히 뜯어보면 한국의 지급여력은 양호하다는 게 JP모간의 입장이다.

가령 700억달러의 조선업체 수출선수금은 회계상 부채계정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지급의무는 없어 지난해 말 3810억달러의 대외부채는 사실상 선수금만큼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이 차입한 680억달러도 이자지급 대상인 부채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JP모간은 나아가 한국은행의 대외부채 연장률도 지난해 10월 위기 때보다 현저히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분기 외채 연장률이 40%에서 올해 1월에는 86%로 급증했다. 2월 첫째주와 둘째주에는 104%에 달했다.

이 같은 분석 아래 JP모간은 원/달러 환율이 펀더멘털에 비해 훨씬 오버 슈팅됐다고 결론 내린다. 외국인의 배당금 송금, 산업생산활동 등 경제지표 악화, 동유럽 경제위기 등으로 일시적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칠 수 있지만 원화 강세 전환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JP모간은 환율이 올 연말 120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3월 말에는 1400원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나아가 원화절상 모멘텀을 활용할 수 있는 한국전력 은행주들을 추천했다.

주이환 K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원화약세 원인을 조선업체와 해외펀드의 선물환 매도헤지라는 국내변수에서 찾은 것은 아쉽지만 3월 말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될 것이란 JP모간의 주장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선업체가 선물환계약을 조기 해지하거나 해외펀드가 환헤지를 조기 청산할 경우 은행의 외채상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환율의 안정은 국내은행의 달러 조달 능력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외화유동성을 공급해 은행의 외채상환을 돕는 것은 적절한 정책이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은행들의 외채 상환율이 개선된 점도 환율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CSㆍBNP파리바 "1600원은 찍고 내려올 것"

반면 같은 시기 크레디트스위스(CS)와 BNP파리바 등은 원화약세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CS는 1650원, BNP파리바는 1600원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S는 2월25일 "비록 단기간이지만 만기도래 순외채가 경상수지 흑자를 웃돌아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향후 원/달러 3개월 평균전망치를 1475원에서 1550원으로 상향했다. CS는 원/달러 12개월 전망치도 기존 1350원에서 1425원으로 상향했다. JP모간보다는 200원 이상 높게 추정한 것.

BNP파리바도 지난 2월24일 보고서를 통해 "해운 불황으로 선박주문 취소가 늘고 있어 단기적으론 원화가 1600원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BNP파리바는 올해 하반기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점차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환율 하락 수혜주로 포스코 현대제철 하이트맥주 등을 꼽았다. 환율 하락으로 원가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은행들의 펀더멘털 전망은 부정적이지만 KB금융하나금융지주도 환율 하락 시 키코 손실 부담감 감소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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