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성공신화'는 아니다

머니투데이 윤석민 국제경제부장 | 2009.03.06 07:06
한 청년 사업가가 세간의 화제이다. 머니투데이가 특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청년은 게임 개발을 통해 거머쥔 거금으로 알짜배기 강남 빌딩을 사들였다. 약관 33세의 나이에 수백억대 건물주가 됐으니 대단한 '성공 스토리'이다.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에 이어 강력한 라이벌이 또 한 명 늘어났으니 집에 들어가 아내 눈치 보기는 더 두려워 졌다. 그것도 새파랗게 젊은 친구이니 뒤통수가 계속 간질거린다.

그러나 못내 아쉽다. 본인이 미국에 머물며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전도 유망한 벤처 사업가가 부동산으로 '캐시 아웃'한 사실은 아쉬움을 넘어 서글픔마저 갖게 한다. 배 아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면 울고 싶을 뿐이다.

물론 이 젊은 사업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워런 버핏 등 전설적인 투자 귀재들마저 자신들의 실패를 자책하며 관망하는 이 난세에 우리나라 부동산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더 있을까. '캐피탈 게인'이라는 투자 측면에서는 성공적인 사업가적 기질의 연장임이 분명하다. '재테크의 시작은 집 장만부터'라는 것이 우리 주변의 통념이다.

그러나 그의 레저매를 들여다 보면 '적어도'라는 한탄이 나온다. 그의 '성공'은 그의 화려한 이력이 더해져 울림을 키웠다. 최고의 명문 국립 서울대에서, 그것도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한 줄 더 붙이면 최초의 비운동권 출신 회장이라는 수식어도 따라 붙는다.

이 경력만으로도 그는 이 사회의 '롤 모델'이다. 달리 말하면 명성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도 뒤따라야한다는 지적이다. 동시에 이 시대의 최고 엘리트로서 사회 발전에 대한 소명 의식도 어느정도는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저매를 보면 그가 첫 사업에 뛰어든 시점은 2001년이다. 이공학도답게 IT 계열의 벤처였다. IT벤체로서는 거품이 꼭지에 달한 시점이다. 맘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그의 회사는 '사양 사업'이 된 고주파 관련 제조업을 접고 게임업체로 변신했다. IT 대신 ET라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이에 정부도 문화컨텐츠라는 새로운 조직과 기능을 더해가며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당시 명멸한 숱한 ET 업체들 가운데 그의 회사는 대박을 터뜨렸다. 숱한 동료들의 묘비위에 세워진 금자탑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다. 팔린 회사가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청년 벤처 정신은 사라졌다. 그 것도 도전을 접기에는 너무 이른 30대초반의 나이이다.

외국의 예를 드는 것이 자꾸 자존심 상하지만 미국의 두 동갑나기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 대표이다. 1955년생 동갑인 둘은 서로 자라온 환경은 엇갈리지만 20대초 창업해 모두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일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은 흔히 자신들의 성공 스토리를 얘기할 때 '시대'를 강조한다. 둘이 한창 호기심을 가질 나이에 퍼스널 컴퓨터라는 새로운 것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젊은이답게 신종 기기에 푹 빠져들었던 둘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인생을 여기에 걸었다. 그들이 몇 년만 늙었거나 젊었다면 그 기회는 자신들의 몫이 아닐 수 있었다는 말을 한다. 말을 바꾸면 자신들에게 내려진 시대적 소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게이츠가 이 기회를 잡기 위해 다니던 하버드대를 중퇴해 MS를 창업한 것은 잘 알려져있다.

이에비해 잡스는 굴곡이 많았다. 대학시절 컴퓨터의 매력에 빠져 애플을 공동창업한 것은 그의 나이 21살인 1976년의 일이다. 그러나 경영에는 '초짜'였던 그는 85년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왔다.

물론 애플 맥컴퓨터 열풍을 몰고온 그의 주머니가 비었을 리는 만무이다. 이후 그의 선택이 주목된다. 곧바로 넥스트컴퓨터사를 차렸다. 이어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를 인수했다. 아마 게임업체 아타리에서 인턴을 한 경험이 그의 새 도전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토이 스토리'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픽사를 최고의 3D애니업체로 키웠다. 1996년 뜻하지 않은 기회가 다시 왔다. 운영난에 처한 애플이 잡스를 다시 CEO로 모신 것이다. 이후는 이제 전설이 됐다.

자신들의 소명이자 업보라고 생각하며 어려움에도 불구, 한 길을 걸어온 이 둘을 보며 우리의 청년 사업가가 '뭔 가는 달라야 했다'고 바란다면 과욕일까. 이번 성공 모델은 하나의 얘깃거리이지 '신화'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젊은 세대가 따라 하고픈 '성공신화'가 된다면 한국의 '닌텐도'는 결코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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