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美시장 '꿈의 10%' 간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9.03.04 16:21

2월 점유율 역대최고 7.6%, 닛산과 0.3%p차… "낙관은 금물"

"현대차 팬은 아니지만 솔직히 엠블럼 떼면 렉서스급이다"(ID: Georgeschool)

미국 소비자들의 현대차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관련 사이트와 블로그에는 현대차를 렉서스와 혼다, BMW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비교하는 글이 부쩍 눈에 띄게 늘었다.

60년 전통의 미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의 앵거스 매킨지 편집장은 지난달 말 블로그에 글을 올려 "제네시스는 미국의 '빅3'가 만들 수 있는 능력 밖의 차"라며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유럽, 일본, 한국 자동차를 따라 잡아야 하는 도전자의 입장에 설 판"이라고 경고했다.

기아 '모하비'도 4일 미국 뉴잉글랜드 자동차 전문기자협회가 실시하는 겨울철 차량 성능테스트에서 최고 차량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모델들이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산업 120년만의 위기라는 불황 속에 현대차가 미국에서 '선전'을 지속하고 있다. 1월 '나홀로 판매 증가'로 부러움을 샀던 현대차가 지난 2월에도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미국 GM, 크라이슬러, 포드의 판매량이 '반토막'나고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브랜드들도 줄줄이 40%에 가까운 감소를 보였지만 현대차는 1.5% 감소로 선방했다.

특히 중소형차 '엑센트'나 '엘란트라'의 판매 증가 이외에 럭셔리급 '제네시스'도 꾸준한 판매를 보여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8월 이래 7개월째 1000대 이상의 판매를 올렸다.

현대차의 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4.4%(1월 3.7%)를 기록, 지난해 연간누적 '마의 3%'를 처음 돌파한 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올 연간목표로 잡았던 3% 후반대도 넘어설 판이다.

기아차 시장 점유율 3.2%를 더하면 현대기아차는 7.6%로 역대 최고다. 당장 눈앞에 닛산(7.9%)이 보인다. '꿈의 10%' 고지에 올라선다면 혼다(10.4%)를 밀어내고 미국시장 내 판매 '빅5'에 입성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 시장 판매 10%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품질과 브랜드 가치 등 종합적인 면에서 명실공히 글로벌 메이저브랜드가 된다는 의미"라며 "'빅3'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줄줄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 불가능하지 않은 목표"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선전은 우선 어슈어런스 프로그램(고객 실직시 차를 되사주거나 3개월까지 할부금을 대납해주는 것) 등 공격적 마케팅의 결과로 분석된다. 하지만 그보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돌파력과 집중력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15년차 직원은 "오로지 판매에 집중하는 요즘 분위기가 10년 전 품질혁신 운동할 때 정몽구 회장이 직접 연구소에서 경쟁차량들 들어 올려놓고 비교해 지적하던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과거 현대차는 '10년 10만마일 보증제도'를 도입해 미국시장을 개척했다.

이런 전사적 역량투입 전통이 2000년대 초중반 해외 각지에 현지공장을 건설하는 '글로벌 경영'을 거쳐 세기의 불황을 맞은 오늘날 '판매 강화'로 연결됐다는 평이다.

칠순의 정몽구 회장은 지난 2월부터 불과 한 달 동안 유럽, 미국, 호주 등 3대륙 6개국의 현장을 점검하는 초유의 강행군을 펼쳤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늘 '판매'를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강조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현대·기아차의 지금 실적은 단기적 반사효과가 반영된 데다 글로벌 시장 전체의 수요 감소도 회복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용대인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장기적으로 미국 '빅3'와 일본 브랜드들의 재정비가 끝난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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