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이젠 고점, 엔화대출 받아볼까"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03.05 08:00

기존 엔화대출자는 비명하는데…

고환율로 엔화대출자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4일 원/엔 환율은 연이틀 하락하며 100엔당 1575원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지난해 평균(1073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엔화대출자 가운데 생계를 포기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원리금 부담이 너무 커진 탓이다. 원/엔 환율은 2006년(821원)보다 2배 가까이 높아져 당시 대출을 받았다면 원금은 곱절로 뛰었다.

더구나 엔화대출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이뤄져 이자부담도 크게 늘었다. '엔화대출자모임'의 회원 L씨는 2006년 연 2%대로 대출받았는데 금리가 3년새 10% 이상으로 폭등했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꺾기' 피해까지 호소한다. 이 모임은 13개 은행을 상대로 이자반환청구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반면 치솟는 원/엔 환율에 안도하는 이들도 있다. 대전에서 외과를 운영하는 K씨는 2년 전 병원건물을 담보로 받은 40억원의 대출을 엔화대출로 전환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당시 원화대출 금리가 7%대였으나 엔화대출 금리는 2%대에 불과했고 환율은 100엔당 800원을 밑돌았다.

K씨는 거래지점에서 대출을 계속 거부하자 부행장까지 만났으나 대출받는데 실패했다. 금리차가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환율이 오르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설명만 들었다. K씨가 엔화대출로 전환했다면 지금 상환할 원금은 70억원으로 불어난다. 그는 당시 "노"(No)한 부행장에게 "언제든 술을 사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최근 엔화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보인다고 은행 직원들이 전했다. 원/엔 환율이 거의 고점에 와 떨어질 일만 남은 게 아니냐고 판단한 이들이다.

은행권의 외화대출심사가 강화됐으나 신한·우리·하나·기업 4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말 8092억엔에서 올 1월 8101억엔으로 늘어났다. 영업일수가 적은 2월에도 8098억엔을 기록했다. 한 은행은 2월 중 엔화대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700억엔, 올 1월에 비해서는 10억엔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고점일 때 (엔화)대출을 받으면 상환시 원금이 줄어든다"며 "대출자들의 기대심리가 높아 이들의 신청을 받아주면 대출잔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화대출은 실수요 목적과 제조업체에 대한 시설자금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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