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무역수지 흑자는 빈껍데기?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9.03.04 15:33

선박 수출금 80%는 사전에 수령…정부, "별 차이 없어"

"2월의 33억달러 무역흑자가 빈껍데기?"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33억달러로 20개월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는 조선 수출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조선 수출로 유입된 외화는 수출 통계에 잡히는 금액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 외화 유동성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 수출로 인해 통계상으로는 무역수지가 대규모 흑자로 나타났지만 실제로 들어온 달러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4일 "수출 통계와 실제 유입 금액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밝혔다. 대형 선박의 발주에서 건조, 인도까지 자금 유입의 과정을 오해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선박류는 통관 기준으로 42억3300만달러어치가 수출됐다. 주요 업종 가운데 수출 비중이 19.8%로 1위를 차지하며 무역수지 흑자 33억8400만달러를 달성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대형 선박의 경우 발주에서 건조, 인도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적으로 조선 업체는 선주사로부터 선박 대금을 5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다. 처음 발주 때 20%를 받고 건조 과정에 3차례에 걸쳐 60%를, 인도 시점에 나머지 20%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수출 통계에는 인도 시점에 선박 대금 100%를 받는 것으로 잡힌다. 따라서 지난달 수출액 42억3000만달러 가운데 80%인 33억8400만달러는 선수금으로 받았고 20%인 8억4600만달러 정도만 실제로 입금됐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선수금 33억8400만달러는 2월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따라서 이를 제외할 경우 자금 흐름으로만 따지면 2월도 무역수지 적자나 다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앞으로 인도가 이뤄질 선박의 중도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2∼3년 동안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받는 선수금까지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통관 통계상 수출액과 외화 유입금액은 같아진다는 것.

다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선박 수주가 끊기면서 발주 때 받는 인수 대금 20%가 유입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올해 선박 인도가 지난해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 통계 금액과 달러 유입 금액의 차이를 키우지는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선박 수주 공백이 길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선수금 유입 금액이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출 뿐 아니라 수입에서도 통관 시점과 대금 지불 시에 차이가 생기는 사례는 많다. 원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업체는 대부분 국내 은행과 2∼3개월 뒤 대금을 결제하는 유전스(usance·기한부 어음)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은행도 외국 은행과 크레디트 라인을 맺어 보통 수입업체에서 대금을 받는 시점에 외국계 은행에 송금한다. 따라서 통계에 수입액으로 잡히는 것과 실제로 외화가 유출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지난달 전체 수입에서 이들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물품 통관과 현금 이동은 항상 시점이 차이날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매달 유출입되는 외화와 통관 금액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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