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없어 긁은 카드가 '옐로카드' 될줄이야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03.04 16:08

신용회복기금 채무재조정 신청사례 들여다보니...

"경제위기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금융소외자다." 4일 민생현황 점검차 자산관리공사(캠코)의 신용회복지원센터를 찾은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다중채무자에 대한 채무재조정(프리워크아웃)을 다음달부터 실시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신용회복기금에 접수된 채무재조정 및 전환대출 신청사례들을 보면 금융소외자들이 느끼는 절박함은 심각하다. 낮은 신용등급에 살인적인 이자금리가 이들을 옥죈다. 빚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신용회복기금의 지원은 한줄기 '빛'이다.

◇생활비 없어 꺼낸 카드가…=지난달 17일 서울 역삼동의 신용회복지원센터를 나선 A씨(46)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에는 막 작성한 분할상환 약정서 1장이 들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층 건물들 사이로 불어온 바람이 차가왔으나 어깨는 저절로 펴졌다. 감당하지 못할 빚에 시달려 망연자실하던 과거의 자신이 아니었다.

A씨도 "사모님"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되자 급한 대로 K은행 신용카드를 꺼내든 것이 화근이었다. 카드로 급전을 구했지만 이를 갚을 방도가 없었다. 딩시 빌린 525만9930원은 연체로 인해 1097만6011원으로 늘어났다. 이자(571만6081원)는 이미 원금을 넘어섰다.

집을 지하 셋방으로 옮기고 매달 10만원씩 갚아나갔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이자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는 지난해 8월 악성자궁암 수술까지 받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채무재조정을 신청했다.


신용회복기금은 카드빚 1097만원 중 연체이자(571만원)를 감면하고 원금(525만원)을 분할상환토록 조정해주었다. 원금의 20%인 105만원은 유예돼 분할상환이 끝나면 감면된다. 실제 갚아야할 빚이 420만7944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A씨는 앞으로 21개월 매달 20만원가량만 갚으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은행문 높아 대부업체 갔더니…=최근 신용회복센터에 전환대출을 신청한 직장인 B씨(41)는 최근까지 대부업체 7곳, 저축은행 3곳 등 총 10곳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 이들 2금융권에서 빌린 금액은 모두 2450만원. 금리는 평균 연 48%로 월 이자부담만 98만원에 달했다.

그는 한 번도 연체를 한 적이 없지만 신용등급(CB)은 9등급에 불과했다.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면서 신용등급이 떨어진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 대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신용회복기금은 B씨의 채무 2450만원에 대해 보증(3년)을 서주고, 농협중앙회에서 연 21%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B씨의 한달 이자는 42만원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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