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외환보유액 바닥론, 무지 또는 오해"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3.05 09:39

재정부 "외화보유액, 시가가 장부가 웃돈다"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의 보도로 ‘단기외채’ 논란이 발생한 데 이어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장부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냐, 실재하는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작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지난 2일 다음 아고라에 ‘가용 외환보유고 이미 바닥났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올리면서부터다.

이 보고서의 골자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2월말 기준 2015억 달러)는 장부상 수치일 뿐이며 외화증권자산의 매각이 어렵거나 혹은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해 실제로 현금화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외환보유액 가운데 상당액이 시중 외화대출금이라는 형태로 나가 국내 은행들의 차입 상환에 충당돼 해외로 빠져 나갔으며 한은이 지난해 4분기부터 국채, 공채 등 247억 달러 상당의 미국 장기증권을 순매도한 점을 볼 때 외화보유액 2000억 달러는 허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IMF 외환 위기 이후 바뀐 외환집계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최근의 미국 국채 시장상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부는 1999년 8월부터 IMF의 권고기준에 따라 “즉시 현금화할 수 있으며 통화당국이 관리하는(readily available to and controlled by Monetary Authority) 자산”만을 외환으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은 모두 ‘가용’이라고 설명했다.

즉 가용외환만 외환으로 집계하고 있으므로 ‘가용’이란 표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또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내 준 외화대출이나 스와프거래를 통해 공급한 달러 역시 외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회고록 ‘격동의 시대’에서 ‘IMF 위기 직전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 대부분을 시중은행에 몰래 팔거나 빌려 줬고 은행들이 이를 악성대출을 유지하는 데 사용했다’고 지적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것이다.


재정부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운용하는 외환보유액의 경우에는 유동성, 투자적격여부, 신신용등급 등 한은의 운용기준에 맞는 것만 외환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금액 20억 달러는 최초 투자 당시 시장거래가 되지 않는 의무상환우선주여서 외환보유액에서 제외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즉시 현금화 가능한 부분만 외환보유액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1월말 현재 유가증권 및 예치금 비중이 99.6%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외환보유액의 장부가가 시가를 밑돈다는 것에 대해서도 재정부는 "시장흐름을 알고 있으면 할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외환보유액 중 83.3%(2007년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예치금, 국채, 기관채, 자산담보부증권 등이며 특히 미국 국채는 가격이 상승해 외환보유액의 전체 시가가 장부가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메릴린치의 ‘미국 국채 마스터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14.7%로 1995년 이후 최대였다.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안전자산이 선호되면서 미국 국채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회사채는 일부 손실이 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시가가 장부가 보다 높다"며 "외화증권을 매도하면서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난다는 논리는 논의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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