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법 개정안' 무산, 진짜 이유는 통행세?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09.03.04 17:42

쟁점은···'법사위 통행세'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처리되지 못한데 대해 의문이 적잖다. 여야가 2월 국회 처리를 사실상 합의했던 법안이기에 의문은 더욱 컸다.

법안 처리가 무산된 표면적인 이유는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여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한데 따른 여야간 대립이었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 합의 정신을 위배했다고 싸웠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해도 언제 또 딴소리를 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여당이 일방 처리한 것이 문제"라며 맞섰다.

여야간 감정이 상하고 신뢰가 깨지다보니 순조로운 법안 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이른바 '법사위 통행세'를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다.

상임위를 거친 법안들이 마지막 심사를 받는 곳이 법사위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 법안에 대해 '자구 심사'만 하도록 돼있지만 실제론 정치적 흥정이 오가는 곳이다. '상임위 위에 있는 상임위', '상원 상임위' 등으로 불릴 정도다.

법사위 위원장은 유선호 민주당 의원으로 야당이 맡고 있다. 국회의 마지막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이번에도 결국 법사위에서 여야가 마지막 싸움을 벌였다.

은행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간 흥정은 막후에서 진행됐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은행지분 한도와 사모투자펀드(PEF) 출자한도를 각각 10%와 20%로 하는 안과 8%와 25%로 하는 두 가지 협상 카드를 제시했지만 민주당은 은행지분 소유한도는 8%, PEF 출자한도는 17~18%를 끝까지 고수했다.


협상 막판에 대기업의 보유한도 9%, PEF 출자비율 18%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듯 했으나 한나라당은 결국 흥정을 포기했다. 법사위에 통행세를 내는 관례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만약 어정쩡한 상태에서 타협을 보고 통과를 시켰으면 앞으로 안건마다 통행세를 내고 법사위를 건너가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 소속 소장파 의원들도 타협을 거부했다.

정무위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상임위에서 통과된다 해도 법사위에서 인질로 잡아 걸면 상임위 통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민주당은 정무위에서 협상한 후에 법사위에서 정치적 협상을 걸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여당 내에서도 입법이 지연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며 야당의 타협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있었다. 민주당에서 대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올리면 정무위 의원들만 반대표를 던지고 나머지 의원들이 찬성해 처리하는 모양새를 취하자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 역시 야당의 지연전술로 흐지부지됐다.

반면 민주당은 '소수당'의 한계를 '법사위 통행세'로 극복하는 나름의 정치력을 보여줬다. 통행세를 받진 못했지만 위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거대 여당을 압박하기 충분했다는 평가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실상 '볼모 정치'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민주당이 '법사위 통행세' 효과를 계속 누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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