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美 경제의 빙산 일각"

로버트 클렘코스키 SKK GSB 학장 | 2009.03.07 09:53

[MBA 지상특강]"경기침체 예견됐다…원인알고 극복해야"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MBA 지상특강'을 20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마케팅, 재무, 인적 자원관리 등 최신 MBA 트렌드를 간략하게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국과 전 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에 봉착했다. 현재 은행ㆍ금융 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하고 신용 대출은 어려워졌으며,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하락 폭도 엄청나다.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원인으로 꼽는 서브프라임 사태는 실은 그동안 누적된 신용거품이 붕괴된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원인은 장, 단기 금융시스템의 붕괴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원인이 시작된 시점은 미국의 금리가 두 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1982년 8월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미국경제는 낮은 경제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설명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러나 연방준비위원회의 폴 볼커 위원장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1982년 중반부터 금리를 장기간에 걸쳐 낮추기 시작했다.

이후 25년간 미국 경제는 1990-1991, 2001-2002년 두 번의 가벼운 경기침체 외엔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경제성장, 낮은 물가상승률에 힘입어 부동산을 비롯한 금융자산 가치가 계속 상승하자 소비자들은 축적된 부를 믿고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2006-2007년, 미국 가계 평균 저축률은 0%에 가까웠고 소비는 GDP의 70%를 넘어섰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위해 각종 대출을 받았고 신용카드 사용량도 급증하며 무절제한 뒷받침하기 위해.

또 1982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은 전 세계 최대 채무국 중 하나가 됐다. 세수는 증가했음에도 재정 지출이 세입을 능가해, 25년 간 2년을 제외하고 거대한 재정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수입량이 수출량을 앞질러 엄청난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한편, 대미 무역 흑자로 돈을 벌어들인 국가들은 미국 재무부 발행 증권을 포함, 정부 산하 기관 주식에 재투자했다. 해외 정부와 중앙 은행들이 미국의 재정 적자와 과소비에 자금을 지원한 셈이다.

또 다른 변화로 금융 시스템 발달을 꼽을 수 있다. GDP의 1% 였던 미국 내 금융 거래액 규모는 2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2006년까지 모든 미국 기업 수익의 40%가 금융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25년간 파생상품, 증권화,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IPO, M&A, 상장지수펀드, 401K(기업퇴직연금) 등의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의 공익을 위해 고안됐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증권화처럼 악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단기적으로는 2000년 주식시장 거품붕괴와 2007년 신용시장 거품 생성 및 붕괴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2000년 3월 최고조에 이른 뒤 폭락하기 시작했다. 연준위는 2003년 초반까지 단기 금리를 6.5%에서 1%로 낮췄다. 주가가 반토막 나면 8조 달러의 경제적 손실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런데 저금리와 방만한 대출 기준이 2007년 초 최고점의 신용 거품을 양산해 냈다. 소비자들은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이용하고 주택 담보 및 저당 대출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와 같은 레버리지 금융 상품을 이용했다. 대형 비금융권 기업들은 비교적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했으나,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투자 비적격 등급 회사채가 2천억 달러 규모로 발행됐다.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지속된 주식시장 약세와 저금리로 투자자들은 대체투자를 찾았고 위험 부담에 대한 경각심이 둔화됐다. 그 후 주택시장은 호황을 이루고 방만한 서브프라임 대출이 시작됐다. 증권화 덕분에, 은행들은 위험한 대출을 시행하면서도 이를 채권으로 포장해 고수익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고, 은행들이 다시 투자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용 거품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차입 대출에 힘입어 계속 끓어 올랐다.

2007년 초, 마침내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 8월이 되자 서브프라임 주식 담보 대출 사태가 시작되었고 특히 은행과 헤지 펀드 운용사들이 타격을 입었다.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연준위는 적극적으로 단기 금리를 인하했고 은행 및 투자은행에 대출문을 열어줬으며 증권화된 부채를 대출 담보로 수용하고 은행 자본 재구성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대출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금융 기관들이 국유화됐다. 시스템 내 어디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은행들마저도 서로 신뢰할 수 없었다. 손실 규모가 커지자,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추가 자본을 확충해 차입 규모를 줄였다. 가계와 기업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팔아 채무를 상환하고 차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금융 위기는 결국 유례없는 불경기로 이어졌다. 주택 시장 거품에서 기인한 문제들이 신용카드, 자동차 대출, 은행 대출, 상업 부동산 및 주식시장과 같은 다른 종류의 신용 분야로 번져나갔다. 신용시장 경색 및 기업의 차입 규모 감소 노력으로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자산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생겨났다. 이 여파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을 포함한 전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다.

언제쯤 이 금융 위기가 끝날까? 07년 10월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손실 규모는 10조 달러 이상, 주택 가격 하락 손실은 5조 달러, 그 외 상업 부동산 및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수조 달러에 이른다.

금융 시스템이 안정화 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치권은 금융 위기의 원인에 대해 계속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나 1982년 이후 약 25년간의 변화를 살펴봤을 때 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 시스템과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로버트 클렘코스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SKK GSB) 학장은 1939년생으로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에서 재직하며 재무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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