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동안이기는 하지만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면서 행동에 돌입한 기관은 투신을 중심으로 대량 매수에 나서며 1000선 지지에 대한 의사를 드러냈다.
특히 최근 증시의 발목을 잡던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도물량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서자 기관 매수세는 탄력을 받았다. AIG쇼크에 따른 미국 다우존스지수의 7000선 붕괴 등 해외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시의 골칫거리로 작용한 환율이 하락하면서 1000선이 무너지자 기관이 팔을 걷어부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국내외 상황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관 매수세가 본격적인 '바이코리아'로 나타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코스피지수는 3일 전날에 비해 6.76포인트(0.66%) 오른 1025.57로 마쳤다. 장초반 해외악재와 환율 급등에 휘청대면서 992.69까지 내려앉으면서 3달만에 장중 1000선을 허락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신 중심의 매수세가 집중돼 1000선을 지켜내는 한편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이날 기관은 2359억원을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순매수가 978억원임을 감안하면 1300억원 이상을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자'에는 투신이 앞장섰다. 투신은 1824억원을 순매수하면서 기관 장세를 이끌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22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활발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투신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12거래일만이다. 그동안 투신은 외국인과 발을 맞추면서 매도공세를 이어가며 증시의 약세에 동조했다. 하지만 이날은 18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의 반등을 주도했다.
이날 투신이 매수에 집중한 종목은 삼성전자(645억원 순매수)와 LG전자(257억원), POSCO(182억원), 현대차(163억원), LG디스플레이(150억원) 등이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등 대형주에 매수를 강화한 셈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1000선이 깨지면서 최근 낙폭이 큰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가매수를 해볼만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여기에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긍정적인 흐름이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일단 박스권 하단인 1000선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바탕으로 낙폭과대 대형주 중심의 매수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됐다.
오 파트장은 "그동안 외국인과 발맞춰 매도로 일관하던 투신은 현금비중을 높여놨을 것"이라며 "그동안 포트폴리오에 채워넣고 싶었던 주식들을 바구니에 담으며 비중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쓴 셈"이라고 전망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의 견해도 비슷하다.
류 팀장은 "1000선 부근에서 환율시장의 불안만 없으면 기관들의 저가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의 변화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투신은 이날 정부개입 등으로 판단해 원/달러 환율이 단기고점 부근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정부의 부실자산매입 펀드조성 소식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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