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당국개입에 급락, 일교차 46원

머니투데이 박상주 기자 | 2009.03.03 15:18

17.9원 급락한 1552.4원 마감… 3차례 걸친 달러매물 쏟아지며 하락 '가닥'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가 쏟아지면서 3일 원/달러 환율이 나흘 만에 하락반전했다. 지난 10일부터 촉발돼 189.3원이나 오르던 달러 상승기조가 꺾인 것이다. 환율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탓에 이날 환율 낙폭도 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9원 급락한 1552.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변동폭은 (고점 1594원·저점 1548원) 46원에 달했다.

윤증현 재정기획부 장관이 이날 "동유럽 미국 등 국제흐름은 우리나라에 좋지 않지만 외환시장 의연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달러 물량이 서울외환시장에 '작심한 듯' 쏟아졌다.

↑ 원/달러 환율 일중 변동그래프.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하락반전했다. 일단 환율이 하락세로 가닥을 잡자 달러 손절 물량이 나오고 은행권의 롱처분(달러 매도)이 잇따르면서 환율 낙폭이 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9.7원 급등한 1590원에 개장했다. 개장가는 전날 역외환율이 4일째 급등하며 1580원까지 치솟은 영향을 받았다. 간밤 뉴욕증시가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이 됐다. 이를 반영한 듯 개장과 함께 코스피지수 1000선이 붕괴되면서 장 초반 환율은 상승압력을 받고 1594원까지 치솟았다.

개장과 함께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1차 달러 매물이 거래가와 20원 가량 차이 나는 1570원선에 호가를 내자 환율은 1580원대 상단까지 밀려났다. 그러나 코스피지수 반등조짐이 보이지 않으며 개입 효과가 줄어들자 환율은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오전 10시 40분께 2차 달러 매물이 1575원에 호가되며 환율 하락압력을 주자 환율은 1580원대에서 주춤하며 하락 조짐을 나타냈다. 환율을 하락세로 돌려놓겠다고 작심이라도 한 듯 1565원 호가에 3차 달러 매물이 나왔다. 환율은 하락세로 가닥을 잡고 1560원 아래로 밀려났다.

환율 상승에 배팅해 1570원대에 달러를 사들인 역내외 세력들은 이날 울상을 지었다. 장중 1570원에 달러 매도 물량을 내놓았지만 환율이 1550원대까지 떨어져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전 주말 뒤 늦게 달러 매수에 동참한 세력들이 환차손을 보게 된 것이다.

환율 하락세를 반영하며 코스피지수는 상승반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76포인트(0.66%) 상승한 1025.57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19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이날 외국인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배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식에서 연일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들은 2월 국내 채권을 1조8000억원 매수했고, 3월2일에도 6363억원 순매수해왔다. 외국인들은 국채 '6-4'를 265억원, 통안채 '45-41-364-3'을 4000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해 국내 채권을 사들였다는 추론이다. 박혁수 동부증권 부장은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채권 매수세는 환율이 고점을 찍고 하락할 예상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실시한 한미 통화스와프자금 외화대출 결과 평균낙찰금리는 연 1.3160%, 최저낙찰금리는 1.00%를 나타냈다. 입찰액 30억 달러에 14개 기관 45억 달러가 응찰해 전액 낙찰됐다.

시중에 달러 수요가 있긴 하지만 지난해 말과 같이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1일 1차 통화스와프 외화대출 평균낙찰금리 6.8398%, 최저 낙찰금리 5.22%에 비하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

환율이 하락반전하면서 선물환율과 현물환율 간 차이를 나타내는 스와프포인트는 전날보다 0.10원 상승한 마이너스(-)0.35원 수준을 보였다.

한편 글로벌 달러는 장중 약세로 전환했다. 같은 시간 엔/달러 환율은 하락반전하며 전날보다 0.1엔 하락한 97.535엔에, 달러/유로 환율은 0.385센트 상승한 1.2639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591.63원, 원/유로 환율도 1962.08원 수준을 보였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전 주말 외환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이 환율이 더 올라버리자 뒤늦게 달러를 매수한 세력들이 이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시장이 환율이 고점이라는 걸 받아들일 때 개입 물량이 나와 환율 하락기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아직 하락세가 굳어진 것이 아니고 당국 개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환율 급등세 중에 1570원대 달러 매수 포지션이 많다. 이들은 환율 레벨을 올려 환자손을 보상받으려 한다면 환율을 또 한번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4. 4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