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여권의 강경기류에 힘을 실렸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 입장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이 박 전 대표의 말대로 법안 처리 시기를 정한 양보안을 제시하자 박 전 대표가 판세를 정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달 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들의 오찬 회동에서 "쟁점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속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던 박 전 대표가 직접 여권의 단결을 과시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를 '여당 내 야당'으로 바라봤던 민주당에도 압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일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옳은 말씀이고 참 고맙다"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도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 전 대표의 말이 결국 만점짜리 정답"이라며 "아무런 희망과 중재자가 없을 때 상식적이고 올바른 안을 제시해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혀 놨다는 비판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야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일등 공신은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라며 "박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지나친 것"이라고 밝혔다.
공 최고위원은 또 "박 전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오긴 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급박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런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실제 여권 내에선 박 전 대표가 좀 더 일찍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박 전 대표의 '힘'이 커지는 데 대한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의 견제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만 논란이 이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법안전쟁에서 박 전 대표의 '지원 사격'을 받아왔던 야권은 '배신감'을 드러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대표가 원칙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꾼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갖고 말한다기 보다는 자기에게 유리한가를 보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한나라당이나 청와대의 분위기가 강경하니까 자신에게 어느 것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갖고 따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만 해도 "내 입장은 전에 얘기한 그대로"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이 같은 논란이야말로 박 전 대표의 정치력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특별히 이런 결과를 만들려고 했다기보다는 평소 정치철학을 강조하다 보니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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