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다음 차례는 HSBC?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9.03.03 11:41

서브프라임 손실 막대....英사상 최대규모 증자 추진

유럽 최대은행 HSBC가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며 씨티, AIG에 이어 다음 위기의 진원이 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HSBC는 영국 사상 최대규모의 증자에 나섰지만 독자 회생 가능성은 의문이다.
마켓워치 등은 2일 HSBC의 손실 발표와 사업 축소는 대형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발표후 HSBC 홀딩스 주가는 2일 런던 증시에서 18.78% 급락하고, 이어 3일 홍콩 증시에서도 19% 가까이 폭락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이후 최대 낙폭이다.

◇'서브프라임' 손실 상상초월…美법인 자본잠식

HSBC파이낸셜의 니얼 부커 최고경영자(CEO)는 2일 서브프라임 대출 사업이 실패했으며 하우스홀드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 역시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국 내 다른 금융기관의 소비자 금융 부문 역시 비슷한 위기에 처했을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HSBC는 미국에서 2003년 하우스홀드를 사들여 HSBC파이낸셜로 개명한뒤 개인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발급, 모기지 리파이낸싱 등 그동안 수익성이 높다고 여겨졌던 소비자 금융부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HSBC파이낸셜은 신용카드 발급 외에는 어떤 대출업무도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하고 2년전 1400개이던 지점수를 800개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결국 남은 사업부마저 접고 6000명의 직원을 해고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부동산가격이 치솟던 시기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급증했지만 2007년 중순 이후 이들 대출은 금융기관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떨어져 일부 대출은 '깡통'이 됐다.

미 법인의 100억달러 규모 상각처리로 인해 HSBC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9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60% 가량 감소했다. 이때문에 지난해 배당금은 64센트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HSBC는 2009년 3분기까지 분기 배당금을 전년 대비 55% 낮춘 주당 8센트로 책정했다.

◇英사상 최대규모 증자추진… 결국 정부에 손내미나
HSBC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을 정리하고 추가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주식 12주당 5주를 배정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125억파운드(약 18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HSBC가 20여년만에 처음 추진하는 주주 대상 유상증자는 골드만삭스, JP모간을 필두로 한 금융기관들이 주식인수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증 규모는 영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인데다 유럽 최대은행의 독자생존 여부가 달려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RBS, 로이드뱅크와 달리 영국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거절했던 HSBC이지만 증자가 실패할 경우 결국 정부에 손을 내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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