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2000억불은 지켰는데…"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9.03.03 06:00

시장 "정부 나서야" vs 정부 "당장은..."

- 딜레마에 빠진 정부, 주춤하는 사이에 시장은 대혼란
-"위기진화 소방수로 나서 달라" vs "숙성된 대책이 필요"


"빛바랜 2000억달러 방어", "2000억달러 방어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고선…'

2월말 외환보유액이 다시 2000억달러 선을 지킨 데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원/달러 환율이 수직상승하면서 외환당국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3월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 한국은행
◇"2000억은 지켰는데…"=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월말 외환보유액'(이하 보유액)을 보면, 2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보유액은 2015억4000만달러로 1월말(2017억4000만달러)에 비해 2억달러 줄었다.

한국은행 측은 "운용수익, 은행들의 만기도래분 일부 상환 등으로 보유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지난해 한은으로부터 경쟁입찰방식 스와프 거래로 외화유동성을 공급받았는데, 지난달 만기도래분 중 총 22억달러(5일 7억달러, 26일 15억달러)를 갚았다.

한은은 보유액 감소요인으로 유로화, 엔화 등 약세로 미 달러화 환산액 감소, 정부의 수출입금융 지원 등을 꼽았다.

보유액은 유가증권 1772억6000만달러(88.0%), 예치금 235억7000만달러(11.7%), IMF포지션 5억5000만달러(0.3%), SDR 8000만달러, 금 8000만달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딜레마에 빠진 외환당국= 정부는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2000억달러 방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곧 1600원을 뚫을 기세다. 잇따라 '11년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외환시장은 지난달 26일 정부의 외화유동성 방안을 오히려 '환율상승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환율상승은 수출에 도움이 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애매한' 발언에 이어 글로벌 유동성확보 시대와 동떨어진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다. 실탄(보유액) 사용이라는 정공법 대신 우회전술을 선택, 시장에 돌던 경계감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외환당국 입장에서 실탄을 마구 쏟아붓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 지난달말 이코노미스트의 '오보'(한국의 단기외채비율이 17개 이머징 국가 중 가장 높다) 사태에서 알 수 있듯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 측은 즉각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지난해 9월말 79%에서 지난해말 75%로 떨어졌고, 현재도 줄어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이미 크게 출렁인 뒤였다.

비록 지난달 한은과 정부 측이 "2000억달러라는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보유액 수준은 여전히 한국의 위기감당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자료: 한국은행

◇"묘수를 찾아라"= 시장에서는 정부와 외환당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환율 정책과 관련해 소극적인 우회전술보다는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타오르는 불을 식히는 소방수 역할도 맡아야 한다"며 "한·미 통화스와프의 규모와 사용기간 확대, 민간 차원의 중장기 달러 차입, 불요불급한 해외자산 처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외화유동성 방안은 그 실효성에서 의심받고 있다. "과연 정부에서 제시한 당근(세제 면제 등 혜택)에 이끌려 한국투자를 확대할 세력이 얼마나 되겠냐"는 평가다.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의 '기대'만을 담았다는 비판이다.

한편 섣부른 대책보다는 '숙성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석원 현대경제연구원 금융경제실장은 "환율변동을 심하게 할 (잠재)요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개입은 지난해처럼 의미없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동유럽발 위기, 미국의 은행 국유화에 대한 의구심 등에 따라 환율을 인위적으로 잡기에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실장은 이어 "어차피 달러부족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환율 시장 등이 단기요동치고 있는 것"이라며 "진행과정을 보면서 행동에 나서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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