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외국계銀 직원 비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9.03.03 12:15

위기때마다 매각설, 지방은행보다 못한 연봉 '사기 바닥'

"지방은행보다 못한 연봉, 누가 알까 두렵네. 내 젊음이 녹아 있는 은행, 정말 웃으면서 다니고 싶다."

"(외국인 경영진이) 은행 망가뜨리고, 직원들 뼈 빠뜨리고, 자기들 먹을 것은 다 먹고, 몇년 있다가 나갈텐데. 나는 적어도 은행 걱정하는데."

"무슨 대부업체도 아니고, 은행이 이렇게 고금리로 대출장사를 해도 되는 건지."

한때 각광을 받던 외국계 은행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과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이 이른바 '선진' 은행에 합병된 지 3~4년. 그간 생산성은 곤두박질 쳤고, 위기때마다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그 여파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권이다.

이들 은행은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 거래로 중소기업들로부터 줄소송을 당했다. 자본확충펀드나 외화지급보증 등을 거부한 이들은 중소기업 지원에도 뒷짐을 져 정부나 '토종'은행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고금리 대출'이 선진금융?=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2005년 4월 제일은행을 인수했고, 직전 해 11월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사들여 한국씨티은행이 탄생했다. 이들이 국내 은행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나 순진했다.

SC제일은행의 총 자산은 2005년 57조3000억원에서 이듬해 56조8000억원, 2007년 52조9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말엔 90억원(가집계) 가까이 늘어났으나 환율 급등 효과가 컸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05년 45조3000억원이었던 총자산은 2006년 48조1000억원, 2007년 46조9000억원 등으로 큰 변화가 없다. 지난해 9월말 61조3000억원을 늘었으나 이 역시 외화 자산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환율 효과를 본 결과다.

직원 1인당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1인당 예수금은 2005년 73억원이었으나 2007년 70억원, 2008년 9월말 66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출금도 72억원, 67억원, 64억원으로 축소됐다.


이들 은행은 생산성이 떨어지자 마진이 높은 고금리 대출 상품 팔기에 주력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분할상환대출(BIL론)'을 팔고 있다. 금리가 연 20%를 넘어 '대부업'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는 다르다?"= 이들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시중은행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외화채무 지급보증이나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거부한 것이다. 지분 100% 보유한 본사에서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정부 지급 보증 등을 받게 되면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한다. 국내 은행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경영 여건이 어렵지는 않지만 정부의 요청을 수용했다. 그런데 외국계라는 이유로 중기 대출을 외면하는 게 온당치 않다는 게 토종 은행들의 불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 한국은행 규정상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45%)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은 커녕 키코 거래로 중소기업으로부터 줄소송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고나면 매각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외국계은행들은 매각설에 시달린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2억달러를 매입하면서 이 소문이 나돌았다.

미국 씨티그룹이 사실상 국유화 수순을 밟고 있는 터여서 "한국시장 철수를 위해 보유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정작 달러 매수는 원/달러 환율이 1525원을 넘어서면 자동 매입하게 돼 있는 프로그램 탓이었다. 은행 측은 이를 해명하는데 진땀을 흘렸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중인 SC제일은행 역시 매각설로 곤욕을 치르곤 했다. 국내 영업에서 리스크를 회피하고, 단기 실적에 치중한 것이 빌미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외국계은행 노조 관계자는 "예전 자부심을 되찾고 싶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공적인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장기적으로 은행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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