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600원 육박, 당국 스탠스도 변화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 2009.03.02 17:38

개입 최소화 원칙 적용 대신 심리적 쏠림에 대처

환율이 1600원대에 육박하며 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자 외환당국의 스탠스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정부 고위층에서 더 이상은 개입 최소화 원칙을 지킬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당국의 대응도 달라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정부는 환율이 고점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무개입으로 일관하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쏠림 현상에는 대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고충은 통제 밖에 놓여 있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얼마나 장기화될지 알 수 없는 데에 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6.3원 급등한 1570.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딜러들은 환율이 한때 1596원까지 오르며 11년만의 고점을 기록했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들어오면서 30원을 끌어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비록 “환율상승이 수출의 동력”이라며 고환율 용인을 시사했지만 1600원대는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로 보인다. 문제는 하루이틀 대응한다고 해서 추세가 꺾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당국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심리적인 쏠림 현상에는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즉 최근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외신이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면서 불안심리가 확산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외신 대응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대한 반박자료를 낸 데 이어 2일에는 다시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며 비관론 진화작업에 나섰다.


시장의 판단이야 어떻든 정부는 동유럽발 금융 위기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물려 있는 금액도 적고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밝혔듯이 “동유럽에 대한 노출이 많은 서유럽 은행들이 한국과 거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히려 씨티뱅크 등 미국 은행의 국유화 문제가 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의 신용크레디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라가면서 국내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에도 악영향을 끼쳐 외화차입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의 스탠스 변화도 의미 없어질 수 있다.

신진호 우리선물 연구원은 “1600원이 뚫릴 경우 일종의 창구지도 등을 통해 정부의 환방어 의지가 확인이 되기 전까지는 고점이 어디인지 상상하기 힘들다”며 “당국이 외환보유액만으로 개입에 나선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300만원 든 지갑 돌려준 노숙자, 돈벼락 맞았다…"수천만원 돈쭐"
  2. 2 [단독]허웅 전 여친, 이선균 공갈사건 피고인과 같은 업소 출신
  3. 3 '합의 거절' 손웅정 "손흥민 이미지 값이라며 수억 요구…돈 아깝냐더라"
  4. 4 "물 찼다" 이 말 끝으로…제주 간다던 초5, 완도에서 맞은 비극[뉴스속오늘]
  5. 5 "허웅이 낙태 강요…두 번째 임신은 강제적 성관계 때문" 전 여친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