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강타… 정부 '낙천적인 앵무새'(?)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9.03.02 15:11

2일 트리플 약세…시장 요동쳐도 "괜찮다"만 연발

-동유럽발 위기설 등이 시장 강타
-정부, 소극적인 외화유동성 대책 등으로 상황에 끌려 다니고 있어
-시장 "정부는 위기 진화의 소방수로 나서야 한다" 주문

동유럽발 위기가 기어이 한국의 '3월 위기'로 이어지는가.

3월 첫날인 2일 주가 급락,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 등 '트리플 약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외환당국이 위기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동유럽국가의 부도 위기→서유럽의 유동성 확보 경쟁→한국 시장에서 주식·채권투자 회수→한국의 외화유동성 위기 재현'이란 '3월 위기설'이 줄곧 제기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날 "정부와 한국은행 측도 이에 따라 유럽 자금의 이탈 가능성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며 "현재까지 아직 뚜렷한 이상징후가 포착되지 않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자금의 탈 코리아(?)=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만기도래하는 총 외채 규모는 3600억달러이고, 이중 2000억달러 가량을 유럽계 자금으로 파악됐었다"며 "이중 만기연장되는 것을 보면 유럽계 자금이 아시아계 자금으로 대체되면서, 전체 외채 중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체 외채에서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말 57% 가량에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측 분석 결과 유럽계 비중이 이미 4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우려하듯, 유럽자금의 이탈이 부분적이지만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위기는 없을 것"= 금융위 다른 관계자는 "3월만 놓고 볼 때 은행자금과 채권시장의 만기도래분은 각각 100억달러 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유럽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 이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긴 어렵지만 최악의 국면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계 자금이 국내에서 일시에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부도위기설에 휩싸인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폴란드 체코 등 굵직한 나라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이라며 "설사 위기가 현실화된다해도 서유럽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소방수'로 나서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 측이 지나치게 낙관적·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정부의 외화유동성 대책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탄(외환보유액)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정공법 대신 우회전술을 택한 셈"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정부는 외국인의 채권투자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채권 양도차익에 대한 면세 등을 내놨는데, 이는 글로벌 유동성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위기심화로 주요국 금융기관이 일제히 유동성을 높이고 있어 이같은 유인책에 쉽게 끌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는 타오르는 불을 식히는 소방수 역할도 맡아야 한다"며 "한·미 통화스와프의 규모와 사용기간 확대, 민간 차원의 중장기 달러 차입, 불요불급한 해외자산 처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또 "현재 비거주자 원화차입이 허용돼 있는데, 이를 활용해 전형적인 환투기 수법이 동원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측면을 폭넓게 고려해 시장 불안심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상승은 분명 수출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많은 손실 특히 금융시장 불안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외환당국에서 지난해 1기 경제팀의 전철을 밟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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